2013년 11월 13일 수요일

(야설명작)러브타임3



누른다. 잠시 후.
  화면에 두 남녀가 있다. 눈이 먼 심학규와 그의 아내  곽씨 부인. 심
학규가 말한다.
  "여보 마누라. 거기 앉아 내 말 좀 들어보구려. 나는 편한 게 사실이
나 마누라 고생살이 도리어 불안하니 그냥 사는 대로 삽시다. 다만 하
나, 우리가 어느덧 사십이 되었는데 슬하에  혈육 하나 없지 않소? 이
리 되면 조상의 향화(香火)를 끊게 되니  죽어 저승으로 가서 무슨 면
목으로 조상을 대할 것이며, 또 해마다 돌아오는  기제사(忌祭祀)에 누
가 있어 밥 한 그릇  물 한 사발 떠놓겠소.  나 같은 병신 자식이라도
좋고 여식(女息)이라도 좋으니, 우리 명산 대천(名山大川)을 찾아 치성
이나 드려 봅시다."
  곽씨가 공손히 말을 받는다.
  "지성껏 하오리다."
  오만불 박사는 리모콘을 이용하여 화면을 끄고 말한다.
  "그날부터 곽씨는 품을 팔아 모은 재물로 온갖 치성을 다 들였지요.
따지고 보면 별로 마땅한 일은 아니지만,  공들여 키운 나무가 부러지
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마침내  곽씨와 심봉사가 사월 초파일  같은
날 같은 시에 똑같은 태몽을  꾸었소. 그 꿈이 기괴하기  짝이 없는데,
천지가 명랑하고 상서로운 기운이 허공에 서리더니 오색  꽃구름이 피
면서 선인옥녀(仙人玉女)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었소. 그런데 그 모
습이, 머리에는 화관을 썼고 몸에는 노늘로 만들어진  옷을 둘렀소. 거
기다 둥근 옥패를 허리에 차고 계수나무 가지를 손에 든 채 곽씨 앞으
로 가 재배하고는 이르기를, 소녀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서왕모의 딸
인데 상제께 죄를 받아 인간계로 정배되어 갈 바를 모르던 중 태상 노
군과 후토 부인과 제불 보살 석가님이 댁으로 지시하기로 지금 찾아왔
사오니 어여삐 여기소서, 하는 것이었소. 그리고  그달부터 곽씨에게는
태기(胎氣)가 생겼소. 자, 그럼 여기서 실제 상황을 또 볼까요."
  오만불 박사는 다시 리모콘을 이용하여 벽면에 화면을 만들어낸다.
  곽씨가 두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고, 귀덕어미가  출산을 돕고 있다.
곽씨의 전신이 땀투성이라 보기가 안쓰럽다. 아기를 낳을 때는 여자의
은밀한 부위도 전혀  선정적이지 못한다. 그때는  짐승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아름답지 못한 여자의  은밀한 부위도 결코 선정적이
지 못한데, 그것과 저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아아아악!"
  마침내 곽씨가 천장이 뚫리도록 죽는 소리를 지르고, 잇달아,
  "응애 응애…"
  곽씨의 자궁에서 출발하여 질을 비집고 나왔을 아기가  얼굴을 내민
다. 고추가 안 달려 있으니 영락없는 딸이다.
  "이보 귀덕어미, 딸이오? 아들이오?"
  이미 태몽에서는 딸이었건만 심학규는 그래도 궁금하다.
  "딸이어요."
  심봉사는 그래도 싫지가 않다. 다 늙은  나이에 얻은 보배로운 여식
이 아닌가.
  "아가 아가 내 딸이야! 아들 겸 내 딸이야! 금을 준들 너를 사며  옥
을 준들 너를 사랴? 어둥둥 내 딸이야! 은하수 직녀성이 네가 되어 내
려왔나? 어둥둥 내 딸이야!"
  심학규는 요상한 냄새가 자욱한 방 안에서 귀덕어미가  씻어준 아기
를 안아들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오만불 박사가 다시 화면을 끄고 말한다.
  "저것이 심청이가 태어날 때의 상황이오.  그런데 곽씨에게 산후 탈
이 일어났지 뭐요.  곽씨가 숨을 헐떡이며  식음을 전폐하고 정신없이


앓게 되자 심학규는 의원을 찾아 약도 쓰고 경도 읽고 굿도 치러 보았
소. 그런데 운수가 다하면 가련한 몸을 용서치  않는 것인지, 급속도로
병이 악화된 곽씨는 얼마 더 버티지 못하고 딸꾹질을 두세  번 하더니
숨이 넘어가고 말았소. 그런데 곽씨는 숨을  거두기 전에 여식의 이름
을 청(淸)이라 붙여 주었소. 그 뒤로 심학규는 심청이를 품에  안고 돌
아다니며 집집마다 젖동냥을 다니곤 하였소. 세월은 유수(流水)와 같다
던가, 어느덧 심청이의 나이가  열 다섯에 이르렀소.  자, 다시 화면을
볼까요."
  오만불 박사가 리모콘으로 다시 화면을 만들어 낸다.
  한 소녀가 길을  걸어가고 있다. 정말  걸음걸이가 차분하고 얼굴은
달덩이처럼 훤하고 곱다. 바로 심청이다. 심청이가 당도한 곳은 건넛마
을 무릉촌의 장승상댁. 심청이는 장승상 부인에게 불려 안방으로 들어
간다.
  "네가 정말 심청이냐?  과연 듣던 대로  나라 으뜸의 미인이로구나.
거기다 효행이 극진하며 비범한 재질에 문필도  넉넉타 하니, 여자 중
엔 군자(君子)요, 조류 중엔 봉황이요, 꽃 중엔 모란이로구나."
  장승상 부인이 감탄할 만도 하다. 별로  단장한 것이 없는데도 그녀
의 미색을 따를 자가 없을 것 같다. 옹녀와 춘향이와는 또다른 그녀만
의 향기가 있다.
  "심청아, 내 말 듣거라. 이미 승상은 세상을 작별하시고, 아들은 3형
제이나 모두 황성(皇城)에 가  벼슬살이를 하고 있으니  내 말벗 하나
없구나. 네가 양반의 후예로서 이렇듯 빈곤하니  내 집의 수양딸로 드
는 게 어떻겠느냐?"
  장승상 부인의 물음에 심청이가 답한다.
  "부인 은혜 입으면 이 몸은 부귀영화  누리려니와, 앞 못 보는 저의
부친께 사철 의복과 조석 공양은 누가 있어 하오리까?  길러내신 부모
은덕이야 사람마다 있게 마련이지만, 이 몸은  부모 은혜 누구와도 견
줄 바 없으니 잠시라도 부친 슬하를 떠날 수가 없습니다."
  심청이는 목이 메어 더 말을 잇지 못한다.
  "네 말을 들으니 과연  하늘이 낸 효녀로구나.  이 늙은이가 망령이
들어 미처 그 일을 헤아리지 못하였구나. 돌아가되, 다만 너는 나를 잊
지 말고 돌아간 네 모친으로  대신 생각하여, 모녀간의 굳은  의(義)를
지켜다오."
  장승상 부인은 패물과 비단과 양식을  후히 주고 시비와 함께  보낸
다. 심청이는 하직 인사를 하고 길을 재촉한다.
  오만불 박사는 다시 리모콘을 발사하여 화면을 바꾼다. 이번엔 심학
규의 집 앞이다.
  지팡막대 거머쥐고 방 안에서 아슬아슬하게 걸어나오는 봉사가 있으
니, 바로 심청이의 아버지  심학규다. 무릉촌에 딸을 보내놓고서  말벗
없이 혼자 기다리고  있자니 여간 답답하지  않은 모양이다. 심봉사는
더듬거리며 혹은 주춤거리며 사립문 앞까지 나가다가 비탈에  발이 삐
끗 밀려 개천물에 굴러떨어진다. 심봉사는 크게 놀라 외친다.
  "거기 누구 없소? 사람 살리오!"
  몸은 점점 깊이 빠져들어 허리 위까지 물이 돌고 있다.
  "애고애고 나 죽네!"
  어느덧 물이 목덜미를 감고 돈다.
  "애고애고 사람 죽소!"
  그 때 지나가다 심학규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사람 있으니, 몽
운사(夢雲寺)의 화주승(化住僧:시물을 얻어 절의 양식을 대는  중)이다.
그는 냉큼 달려들어,
  "이엿차!"
  하고 심학규를 물 밖으로 끌어낸다.


  "허 참, 이게 웬 변고요?"
  "날 살린 댁은 그 뉘시오?"
  "소승은 몽운사 화주승이올시다."
  화주승은 심학규의 손을 잡고 방 안으로 들어가 젖은 옷을  마른 것
으로 갈아입혀 준다. 그러고서 심학규의 눈이 먼 사정을 듣더니,
  "우리 몽운사 부처님은 영험이 많은지라, 빌어서 아니 되는 일 없고
구하면 응하시니, 부처님께 공양미 3백  석을 시주로 올리고 지성으로
비시면 살아 생전에 눈을 떠서 천지 만물 두루 살필 수  있는 성한 사
람이 됩니다."
  하고 말하자, 심학규는 그 말을 듣고 나서 안면에 희색이 감돈다.
  "이보소 대사! 공양미  3백 석을 당장  권선문(勸善文:불가에서 선을
권하는 글발)에 적어 가쇼."
  화주승은 허허 웃으며 대꾸한다.
  "적기는 적사오나, 댁내의  가세를 둘러보니 3백  석을 주선할 길이
막막할 듯합니다."
  그러자 심학규가 벌컥 화를 낸다. 화주승은  다시 허허 웃으며 권선
문에 "沈鶴奎 米 三百石"이라고 대서특필하고는 돌아간다.
  그날 밤, 엉뚱한 결단을 내려 괴로워하다가  슬피 울고 있는 심학규
를 발견하고는 심청이가 다가가 원인을 물으니, 한참을 망설이다가 심
학규는 몽운사 화주승을 만난 사연이며 권선문을 적은  사연을 털어놓
는다.
  그런데 심청이는 도리어 부친의 고백을 듣고 화답한다.
  "이제 와서 새삼 후회하시면 정성이 못 됩니다. 그러니 아무쪼록 제
가 공양미 3백 석을 마련하여 아버님의 어두운 눈을  정녕 밝혀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만불 박사는 리모콘을 작동하여 다시 화면을 끈다.
  "그런데, 값은 고하간에 15세 처녀를  사겠다는 사람이 있다는 귀덕
어미의 말을 듣고 심청이는 귀가 번쩍 뜨였소. 그래서 만나 보니 황성
뱃사람들이라, 그들 말로, 배 갈 길에  인당수란 험한 물이 있는데, 15
세 처녀를 제물로 제사를 올리면 된다고  하지 않겠소. 그래서 심청이
가 자신의 15세 꽃다운 몸을 공양미 3백 석과 바꾸기로 했던 거요."
  정말이지 심청이가 결단한 일이 참으로 기가막히다.
  오만불 박사는 다시 리모콘을 눌러 맨벽에 화면을 만들어 낸다.
  장소는 인당수.
  뱃사람들이 닻을 주고 돛을 내린다.
  그런데 날이 영 심상치 않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제멋대로 파도치
는 것이 흡사 용과 고래가 싸우는 듯한 형상이다. 거기다 안개마저 자
욱하여 음산하기까지 하다.
  "돛을 잃었어!"
  "닻도 끊겼어!"
  뱃사람들이 아우성을 친다. 한 술 더 떠 노가 어디로 갔는지 자취가
없고 키마저 빠져 버린다. 하늘은 온통  먹구름이라 세상은 밤처럼 어
둡다. 거기다 산 같은 파도가 뱃전을 땅땅  치니 당장에 배가 기울 듯
이 위태롭다.
  "강행!"
  도사공(都沙工:사공의 우두머리)이 외치자  뱃사람들이 행동을  서둔
다. 섬쌀로 밥을 짓고 큰 돼지를 잡아 큰 칼을 꽂은 뒤에 깨끗이 받쳐
놓는다. 삼색실과 오색 당속(설탕과자)을 상에 차리고 큰  소마저 잡는
다. 거기다 동이술마저  곁들이니, 이제  심청이만이 남았다. 뱃머리의
좌판 위에 모셔져 있는 심청이에게 도사공이 말한다.
  "심청 낭자, 옷을 벗으시오."
  겉보기에도 정갈한 심청이의 알몸이 더러울  리야 없겠지만, 그래도
제물은 더욱 깨끗해야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심청이는 냉큼 옷을 벗


지 못하고 사시나무 떨 듯 하고 있다.
  "심청 낭자, 어서 옷을 벗으시오. 제물에 부정이 타면  안 되기에 몸
을 깨끗이 씻겨야만 하오."
  그 말을 듣고도 꽤 오래 망설이던 심청이가 마침내 입을 연다.
  "알았소. 부친만 눈을 뜰 수 있다면, 내가 곧 숨을 거둘 마당에 부끄
러움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오."
  말이야 그렇게 했지만, 여러 남정네 앞에서  고이 간직해 온 알몸을
드러내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가 여간 기가막히지 않다는  표정이 역력
하다. 심청이는 눈물을 삼키며  자신의 옷고름에 손을 댄다.  저고리가
열려 세찬 바람에 휘날리자 언뜻언뜻 심청이의 옥처럼 고운 살결이 뱃
사람들의 눈을 자극한다.
  <다음 달에는 제4화 <황진이의 양날개정치>가  이어집니다. 심청이
는 스킨스쿠버 다이버인 백국남에 의해 구출될 수 있을 것인지…두 사
람 간의 사랑은 이루어질 것인지, 그리고  황진이를 만나러 가는 손님
은 누구이며, 미모와 문장을 겸비한 이조 최고의 기생으로 일컬어지는
황진이가 펼치는 양날개정치란  도대체 무엇인지 기대하십시오.  또한,
김상속과 춘향이의 1996년 상황과 화자(話者)인  '나'와 옹녀의 이야기
도 틈틈이 맛깔스럽게 전개됩니다.>


제  목 : 김선영 신세대 패러디 소설- 러브타임머신:제 4화 마릴린 먼로를  아는
         가?
  올해 8월 5일은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가 죽은
지 34년이 되는 날이다. 러브타임머신을 이용하여 마릴린 먼로를 만나  달
라는 독자들의 요청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달에 예고했던  황진이에
앞서 마릴린 먼로를 먼저 만나기로 한다. 스타가  되기 위해, 그리고 퍼스
트레이디를 꿈꾸며  섹스를 무기로 삼았던 마릴린  먼로의 사생활은 어떠
했으며, 그녀를 만나러 간 1996년의 남자와는 어떠한 로맨스가 펼쳐질  것
인가? -작가의 말
  제4화 마릴린 먼로를 아는가?
  저고리를 벗어 놓고서 또다시 망설이는 심청이의 표정이 너무도 측은하
여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심청 낭자, 지금 뜸들이고 있을 때가 아니오."
  도사공(都沙工:사공의 우두머리)이 또다시 재촉한다. 도사공의 말을 거들
기라도 하듯 무서운 기세로 파도가 치고 있다.
  심청이는 울상이 되어 젖가슴  위에 둘러맨 치마끈으로 손을  가져간다.
한 뱃사공이 참기 어려운지 입안에 가득 고여  있었을 침을 꿀꺽 하고 삼
킨다.
  마침내 치마끈에 이어 속치마끈을  풀어내리자 오랜 세월  동안 숨겨져
왔던 심청이의 젖가슴이 드러난다. 사내의  손길 한 번 스친 구석이  없는
젖가슴은 참으로 맑고 아담하다. 애써 가리고 있는 오른팔 사이로 살짝 드
러나 보이는 연분홍빛 젖꼭지는 차마 엿보기조차 민망하다.
  이번엔 속곳, 이어서 고쟁이...이제 남은 것은 기저귀 같은 다리속곳뿐이
다. 심청이는 마지막에 이르러 또다시 망설인다.
  "제발 이것만은..."
  슬픔을 짓씹듯 입을 꼭 다물고 있지만, 어쩐지 그녀의 입에서 그런 애원
조의 목소리가 새어나온 듯하다.
  "낭자의 사정은 알지만 이미 돌이킬  수가 없소. 부친에게 광명(光明)을
드리리라는 효심(孝心)으로 어서..."
  그러자 심청이가,
  "흑!"
  하고 눈물을 뿌리며 다리속곳의 끈을 풀어내린다.
  "아!"
  감탄사가 나오기는 화면 속에서나 우리 일행(오만불 박사와  나, 그리고
손님 백국남) 쪽에서나 마찬가지다. 왼손으로 얼른  은밀한 부위를 가리기
는 했지만, 달덩이 같은 둔부마저 가릴 수는 없는 노릇. 어쩌면 저리도 고
울 수가 있단 말인가. 옹녀와  춘향이에 비해 성적인 매력은 덜할지  몰라
도, 살결은 한결 더 희고 곱다. 왼손으로 가리기 전에 얼핏 드러났던 은밀
한 부위의 풀숲은 잘 가꾸어진 고운 잔디밭처럼 깔끔했던 것 같다.
  전라(全裸)의 심청. 오로지 아버지의 광명만을 위하여 여러 뱃사공들 앞
에서 전라가 되었으니, 그 효성이야  지극하지만 너무도 불쌍하다. 그런데
다 이제 곧 죽음을 앞두고 있지 않은가. 이팔 청춘을 한 해 앞둔 15세  나
이에 사랑 한 번 못 해보고 지는 꽃이라니.
  "이리 오시오, 심청 낭자."
  도사공이 말한다. 심청이는 겨우겨우  걸음을 떼어 커다란 물동이  앞에
다가선다.
  "들어가시오, 심청 낭자."
  그러나 심청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물동이 속에 들어가려면  유두와
하체의 은밀한 부위를 가리고 있던 양손을 떼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
러 뱃사공들 앞에서 겪어야 할 그 수치심은 얼마나 크겠는가.
  "몸을 씻고 나올 때까지 돌아서들 있어 주시오."


  심청이 가까스로 입을 떼어 말한다.
  "알겠소. 그럼 깨끗이 몸을 씻고 나와 이 의복으로 갈아 입으시오."
  도사공이 물동이 앞에 미리  준비해 놓은 옷보따리를  풀어 내려놓고는
뱃사공들에게 명령한다.
  "모두들 바다를 향해서 몸을 돌려라."
  뱃사공들이 몹시 아쉬워하는 표정들을 지으며 몸을 돌리고 나자, 심청이
는 자물쇠처럼 잠그었던 양손을 풀고는 물동이 안으로 들어간다.
  '아!'
  순간 나는 입안으로 감탄사를 외친다. 심청이가 다리를 올려 물동이  안
으로 들어갈 때 은밀한 부위가 얼핏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뭐랄까, 입
을 꼭 다물고 있는 예쁜 조개 같은 것이었다. 처녀임을 능히 짐작케  하는
깔끔한 대음순 때문에 소음순은 조금도 밖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저것이 훗날 왕비가 되는 여자의 음부란 말인가?'
  심청이는 10여 분쯤 몸을 씻고 나서 물동이 밖으로 나온다.  뱃사공들은
보지 못하지만, 다시 그녀의 은밀한 구석이 드러난다.
  "다 입었어요."
  새 의복으로 갈아 입고서 심청이가 말한다.
  "수고했소, 심청 낭자.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으니 뱃머리로 다시 올라
가 앉아 주시오."
  도사공의 말을 듣고서 심청이는 뱃머리로 올라가 차분히 앉는다. 그러자
도사공이 양손으로 북채를 갈라  쥐고는 두리둥둥 북을 울리기  시작한다.
동시에 흘러나오는 축원문 낭독.
  "헌원씨(황제)가 배를 만들어, 가지 못하던 길을 통하게 한 뒤로 훗사람
들이 본받아 저마다 이로써 업을 삼으니 막대한 공이 아니옵니까? 하우씨
(우왕)는 9년 치수(治水)에 배를  타고 다스려 오복(五服:서울을  중심으로
한 다섯 지방)을 구제하고 다시 구주(九州:고대 중국의 아홉 주)로 돌아들
때 배를 타고 기다렸으며,  제갈공명의 높은 조화도 동남풍을  불러일으켜
조조의 백만 수군(水軍)을 주유를 시켜 불을 질러 적벽 대전할 적에 배 아
니면 어찌하였으리오? 저희들 스물 네 명이 상고(商賈)로 상고로 업을  삼
아 15세에 배를 타서 여러 해를 거듭하여 서남방을 떠돌다가 오늘날 인당
수에 제물을 바치오니, 동해신 아명이며  남해신 축융이며, 서해신 거승이
며 북해신 우강이며, 모든 강물의 신과 모든 냇물의 신이 이 제물을  드시
고 여러 신령께서 한결같이 굽어  살피시어 비렴(飛簾:바람신)으로 하여금
바람 주시고, 해약(海若:바다신)으로 하여금 인도케 하여 황금더미로  저희
의 소망을 이루어 주소서. 고시레!"
  이어서 마무리 둥둥 소리.
  "심청 낭자, 이제 물에 들 차례요."
  고사를 마친 도사공이 말한다. 심청이는  눈을 감은 채 1분여쯤  생각에
잠겨 있다가 몸을 일으킨다. 그러곤 뱃머리에 우뚝 선 채 두 손을  합장하
고 하느님에게 빌기 시작한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심청이 죽는 것은 추호도 서럽지 않으나, 앞 못 보
는 우리 부친이 천지에 사무치는 원한을 살아 생전에 풀어 드리려고 죽음
을 당하오니, 하느님께옵서 굽어 살피시어 우리 부친 어두운 눈을  불원간
밝게 하시어 광명 천지를 보게 하소서."
  그러고는 뒤로 털썩 주저앉아, 심학규가 있을 도화동(桃花洞)을 향해 소
리친다.
  "아버지, 나 죽소! 어서 눈을 뜨시오!"
  그러고는 양손으로 바닥을 짚고 다시 일어나 뱃사람들에게 말한다.
  "여러 선인 상고님네들. 부디 평안히 가시고, 억만금의 이(利)를 얻어 이
물가를 지나노라면, 제발 나의 혼백  넋을 불러 떠돌이 귀신을 면케  하여
주시오."
  죽음 앞에 당도한 심청이의 눈빛이 형광(螢光)처럼 빛나는가 싶더니, 그
녀는 갑자기 눈을 감으며 치마폭을 뒤집어  쓰고는 뱃머리에서 널을 뛰듯
양발을 뗀다.
  인당수 파도는 포효하듯이 더욱 크게 치솟아오르고, 심청이의 자취는 어


느새 없다.
  "이제 그만이오."
  리모콘을 조작하여 화면을 없애고는 오만불 박사가 백국남에게 말한다.
  "왜 바닷속 상황이 이어지지 않죠?"
  "실제 상황에서는 심청이가 죽은 걸로 끝나 버리기 때문이오."
  "하지만 심청이는 옥황상제의 명을 받은  용왕의 도움을 받아 연꽃으로
다시 인간 세상에 돌아온 다음 왕비로 다시 나지 않습니까?"
  "그건 어디까지나 사람이 꾸며 놓은 이야기일 뿐이오.  실제 상황에서는
저렇게 죽고 그만이오."
  "그렇다면 제가 그녀를 구출하여 심봉사와  함께 데려와 반드시 행복하
게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은 필연이로군요."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소. 하지만 험한 바닷속이라 당신이  위험한 상
황에 이르러도 이쪽에서 구출해낼 길이 막막한데..."
  "염려마십시오. 저는 대한민국 해병대 유디티 출신입니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입니다."
  "그것 참..."
  "어서 보내 주십시오. 몸이 근질거려 못 견디겠습니다."
  "알겠소."
  백국남은 자신이 준비해 온 스킨스쿠버 다이버 장비를 점검하여 러브타
임머신에 오르고, 얼마 후 저쪽 세계로 사라져  버린다. 오만불 박사는 리
모콘을 조작하여 또다시 벽에 화면을 만들어낸다.
  바닷속.
  거북을 비롯하여 게나 조개가 무수히 많다. 용왕의 명령을 받들어  심청
이를 기다리는 걸까? 그러나 진실로  심청이를 기다리는 이는 따로  있다.
바로 스킨스쿠버 다이버 백국남이다.
  물 속으로 가라앉는 심청이가 보인다.  다급한 상황이다. 잠수부 차림의
백국남이 오리발을 잽싸게 움직이며 그녀에게로 접근한다. 그러고는  능숙
한 동작으로 그녀를 감싸안는다.
  "낭자!"
  말은 없지만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백국남은 왼 팔로 심청이를 감싸 안은 채 물 위로 치솟아오른다. 심청이
가 의식을 잃고는 있지만 아직 익사(溺死) 상태는 아닌 듯하다.
  백국남이 심청이의 머리와 함께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을 때,  심청이
가 타고 있었던 배는 저만치  멀어져 가고 있다. 백국남은 심청이를  옆에
안은 채 백여 미터쯤 헤엄쳐 미리 띄워 놓았던 고무보트로 다가간다. 고무
보트에 심청이를 태우고는 자신도 올라탄다.  매우 빠른 동작이다. 이어서
모터를 작동시키자 웨애앵 하고 고무보트는 파도더미를 뚫고 쏜살같이 달
려나간다.
  얼마 후, 인당수에 근접한 무인도  해변에 두 남녀가 하나로 합쳐져  있
다. 이상한 수작들을 부리는 것이 아니고, 백국남이 심청에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맞추어 인공호흡을 하는 것이다. 가슴을 꽉꽉 누르기도 한다.
  또 얼마 후,
  "으...으음......"
  마침내 심청이의 의식이 깨어난다. 보기에 안쓰럽지만 심청이는 전라다.
심청이의 옷을 말리기 위해 백국남이 치마저고리와  속곳들을 다 벗겨 놓
은 것이다. 물기에 빛나는 그녀의 알몸은 눈이 시리도록 신비스럽다.
  하늘은 언제 그랬냐 싶게 활짝 개어 있고, 바다도 언제 그랬냐 싶게  잔
잔하기만 하다. 한마디로 평온한 세상이다. 그리고 백사장엔 두 남녀.
  "오머나!"
  눈을 뜬 심청이가 화들짝 놀란다. 인당수에 뛰어들기까지가 기억의 전부
일 텐데, 이상한 옷차림의 웬 남정네 앞에서 자신이 벌거벗고 누워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다.
  "여기가...천...국...이나요, 지...옥...이나요?"


  심청이는 얼른 양손으로 자신의 상하체 귀중한 부위를 가리며 묻는다.
  "천국도 아니요 지옥도 아닌 인간 세상이요, 낭자."
  "어찌된 사정이지요?"
  "내가 구출해 주었소, 낭자를."
  "......"
  "마음이 심란한가요?"
  "목숨을 구해 주셔서 고맙기는 하오만..."
  "그런데요?"
  "뱃사람들에게 못할 짓을 한 셈이 되었군요."
  "그건 그렇지 않소. 제물을 바쳐야만 뱃길이 잔잔해진다고 하는 것은 단
지 미신(迷信)일 뿐이오. 그리고 낭자의 효성심에 하늘의 옥황상제나 바다
의 용왕님도 감복하여 뱃길을 잘 마련해 줄 거요. 그렇게 된다면 굳이  낭
자가 물귀신이 될 필요는 없지 않겠소."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올려야 좋을지..."
  "차암...배가 고프겠군요, 낭자."
  "......"
  "저쪽 나무그늘에서 기다리고 있겠소? 내가 곧  물고기 사냥을 하여 맛
있게 구워 드리겠소."
  "당신은 무엇하는 분이온지?"
  "우선 허기부터 달래고 나서 자초지종을 알려 드리겠소."
  그러고서 백국남은 푸른 바다를  향해 백사장을 달려간다. 그의  든든한
남성미를 바라보고 있는 심청이의 눈빛에선 백치미마저 엿보인다.
  얼마 후, 두 사람은 나무그늘에 앉아 싱싱한  물고기를 구워 먹고 있다.
허기를 채우고 난 심청이가 다시 묻는다.
  "당신은 무엇하는 분이온지?"
  "이제 나의 비밀을 밝혀야 할 것 같군요."
  백국남은, 자신이 서기 1996년의 남자이며, 심청이와 심봉사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하여 러브타임머신을 타고 왔노라고 사정을 알려준다.
  "믿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엄연한 사실이오."
  "그럼 소녀랑 아버지를 당신이 사는 세상으로 데려가겠단 말이지요?"
  "그렇소. 부녀를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있소."
  "생각할 여유를 주세요."
  "내일 아침까지 마음의 결정을 해 주시오. 그러면 내가 곧장  뭍으로 나
가 낭자의 아버님을 모셔 오겠소."
  "만일 제가 마음의 결정을 했을  때, 소녀랑 함께 뭍으로 가면  안 되나
요? 거기서 출발하면 되지 않아요?"
  "타임머신이 이 무인도로 오게 되어 있소."
  "......"
  어느덧 해질녘이다. 그런데  여름답지 않게 기온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굵은 빗줄기가 퍼붓기 시작한다. 햇빛에 말려 입은 심청이의  치마
저고리는 금세 다시 젖고 만다.
  "이거 야단났군. 어디 동굴이라도 찾아봐야겠소."
  백국남은 심청이를 데리고 숲속으로 달려들어간다. 온몸에 빗물을  뒤집
어 쓰고 나서야 가까스로 동굴 하나를 발견한다. 살짝 패인 동굴이지만 충
분히 비를 피할 수는 있다.
  잔뜩 웅크리고 앉아 있는 심청이의 모습이 측은하다 못해 차라리  곱다.
이따금 소변을 보고 난 취객처럼 진저리를 치기도 한다. 이미 심청이의 알
몸을 어느 한 구석 남기지 않고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물기에 내비치는 그
녀의 살색은 충분히 선정적이다.  아니, 오히려 전라일  때보다 한결 성적
매력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여자는 조금 감춰져 있을 때 값어치가 있는 것
같다.
  "이걸 좀 마시겠소?


  백국남은 가방을 뒤져 레몬소주를 꺼낸다.
  "이게 뭔지요?"
  "1990년대에 소주방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술집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거기서 가장 잘 팔리는 술이지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
이 많이 찾아요. 하기야 아직 심청 낭자는 미성년자라 술을 권하기는 뭣하
지만..."
  "미성년자?"
  "어른이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를 나이의 금을 긋고 바라보기 때문에 생
겨난 말이지요. 사실 사람은 다 똑같지가 않아서,  10대에 이미 성인의 눈
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30대가 되어서도 미성년의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말이죠. 1990년대에는 사람들이 덩치만 컸지 정신적 연령은
형편없는 경우가 많아요. 보세요. 심청 낭자는 이제  열 다섯밖에 안 되었
지만 충분히 어른스럽잖아요. 그러니까  낭자는 이걸 마셔도  될 것 같소.
몸이 좀 훈훈해질 거요."
  그렇게 말하고서 백국남은 심청에게 병째로 레몬소주를 건넨다.
  "한 모금 들이켜 봐요. 기분이 괜찮아질 거예요."
  그러자 심청이는 코를 병 입구에 들이대어 냄새를 맡아 보고는 두세 번
쯤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마침내 결심하여 병을 입에 물고 한 모금 마신
다.
  "어때요?"
  "음..."
  단 듯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이상한 모양이다. 하지만 싫지는 않은  듯
한 모금 더 들이켠다.
  "좋아요."
  "그럼 계속해서 마셔요. 추위가 가실 거예요."
  심청이는 눈빛으로 대답하고서 계속해서 레몬소주를 마신다.
  "기분이 좋아지네요."
  심청이는 레몬소주를 한 병 다 마시고  나서 자연스럽게 백국남의 품으
로 몸을 기댄다. 사정이 그렇게 되자 백국남은 달아오른 몸을 주체할 수가
없는 듯 안절부절 못하다가 심청이의 뺨에 입을 맞춘다. 이어서 입에 입을
맞춘다. 남자 경험이 없는  심청이지만 알코올의 힘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빨려들어간다. 혀가 오간다. 깊은 키스를  하면서 백국남은 심청이를 안아
들어 으스러지도록 껴안는다.
  "좋아요. 정말 좋아요."
  심청이로선 처음 겪어 보는 남정네의 따뜻한 품이다.
  "전 따라 갈 거예요, 당신을..."
  심청이는 행복에 찬 목소리로 백국남의 품 안에서 말한다.
  "하지만 아버지도 꼭 같이요."
  남자의 품 안에서까지 아버지를 잊지 않는다.
  "걱정하지 말아요. 내일 내가 도화동에 후딱 가서 모셔 올 테니."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감사할 것도 없소. 우린 이렇게 한몸이 되어 가고 있지 않소. 1996년으
로 가서 곧 혼례식을 치릅시다."
  백국남은 심청이의 젖은 옷을 벗기기 시작한다. 비에 젖은 심청이의  알
몸이 고스란히 드러나자, 이번엔  자기 옷을 벗는다.  곧 백국남도 알몸이
된다.
  "아아...이런 건 첨이에요."
  심청이는 백국남의 남성을 바라보며 신기해 한다. 심청이에게는  더없이
신기하기만 한 백국남의 남성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심청이의 자연림 속
으로 숨어들고 싶어한다. 마침내 숨어드는 순간, 심청이의 기쁜 비명이 사
방에 울려퍼진다.
  숲이 있고, 동굴이 있고, 거기에 알몸인 두 남녀가 있다. 두 남녀는 정사
를 마치고서도 영원히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꽤 오래 서로를 껴안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한 폭의 명화가 아닐 수 없다.



  "어떤가? 이 일을 맡아 주지 않겠는가?"
  리모콘을 끄고 나서 오만불 박사가 내게 묻는다.
  "글쎄요...좀더 경험해 보고 싶은데......"
  "그건 그렇겠지."
  "서양 미녀들에 대해서도 좀 알고 싶구요."
  "그럼 여기 자료집이 있으니까 참고하도록 하게. 녹화  필름을 돌려보려
면 이걸 작동하면 되네."
  오만불 박사는 내게 리모콘을 건네 주고서 설명해 준다.
  "내일은 황진이를 만나러 가기 위해 한  손님이 오도록 되어 있지만 오
늘은 없네. 나는 급한 볼일이 있어 외출 좀  해야 하니까, 내가 돌아올 때
까지 잘 생각해 보게. 심청이를 만나고 있는 백국남 씨한테서 호출이 오면
나한테 휴대폰 통신을 보내도록 하게."
  오만불 박사는 두 시간 후에 돌아오겠다고 하고서 방을 나선다. 나는 아
직도 심청이와 백국남의 우중(雨中) 로맨스에 사로잡혀 멍하니 앉아  있다
가, 겨우 제정신을 차리고서 자료집  꽂이를 뒤적인다.  서양 미녀 가운데
는 마릴린 먼로가 우선 눈에 띄고, 클레오파트라나 마타하리 같은  미녀도
눈에 띈다.
  마릴린 먼로. 나는 그녀의 자료집을 꺼내어 들추어 본다.
  본명 노머 진 모틴슨. 1926년 6월 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출생.
  마릴린 먼로의 어머니인 글래디스 먼로 베이커 모틴슨은 일에 열성적인,
그러나 정서가 불안정한 할리우드의 영화 필름 편집자.
  마릴린 먼로의 아버지인 에드워드 모틴슨은 노르웨이인의 피가 섞인 실
업자였는데, 딸이 태어나기도 전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림.
  두 번째 남편인 에드워드 모틴슨이 딸을  출산하기도 전에 어디론가 사
라져 버리자, 잇달은 결혼 실패의 충격으로 글래디스 먼로 베이커  모틴슨
은 더욱 정서가 불안정해짐.
  훗날의 마릴린 먼로인 노머는  일곱 살이 될 때까지  남의 집 수양딸로
자라남. 그 뒤로 어머니와 합쳐지기는  했지만, 곧 어머니가 정신분열증으
로 병원에 수용됨으로써 아예 고아원을 전전하는 신세가 됨.
  다행히 열 한 살 때 어머니의 친구인 그레이스 고다드에게서 구원의 손
길이 다가옴. 사춘기를 보내면서 노머는 온갖 환상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
침. 클라크 케이블 같은 아버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섬에 있는  호화
저택에서 멋진 남자와 함께 살면 얼마나 좋을까?  이따금 그 멋진 남자와
함께 자가용 요트를 타고 달리며  바다를 갈라 놓을 거야. 그리고  때로는
교회의 미사에 참석하여 옷을 훨훨 벗어 던질 거야. 그러면 교회당을 가득
메운 신자들이 나의 눈부신 나신(裸身)을 보고 부러워하겠지.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꿈일 뿐, 그녀는 강간을 당하기도 하고  임신
을 하기도 함.
  어쨌든 노머는 어머니 친구의 도움으로 결혼을 하기는 함. 남편은  항공
회사 엔지니어닌 짐 도허티.
  노머는 짐 도허티와의 소꿉장난 같은 결혼 생활에 곧 싫증을 냄. 그런데
마침 결혼 생활 2년 후에 남편이 해외 근무를 나서게 되자 그녀는 남편의
독점욕에서 해방된 기분을 맛봄.
  노머는 군수공장으로 일하러 나감. 그런데 거기서 카메라맨에게 발견됨.
  "어이, 아가씨. 이리 좀 와서 포즈 좀 취해 봐요."
  "왜요?"
  "모델이 되고 싶지 않아요?"
  "정말요?"
  스카우트된 노머는 카메라를 연인으로 느끼며, 남편의 독점욕에 의해 가
려져 있던  자신의 매력을 숨김없이 발산함.
  "관능적이지만 우울해 보이는 구석이 있군."
  "이건 때가 묻지 않은 요염함이야."
  "보면 볼수록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군,  이 아가씨
는."


  10대 후반의 나이에 노머는 사진작가들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함. 특히
사진작가 앙드레 드 딩즈는  그녀에게 지독하게 반한  나머지 사진작가와
모델의 관계로만 머물러 있는 게 싫어서 구혼까지 함. 그러나 노머는 스타
가 되기 위하여 남편과 이혼을 했으니만큼 이에 응하지 않음.
  스무 살이 되던 해에 비로소 그녀는 할리우드에 모습을 나타냄.  20세기
폭스사의 카메라 테스트.
  "전도가 양양한 충격적 육체파가 아닐 수 없어."
  "그녀의 성적 매력에는 숨이 막힐 지경이군."
  이러한 찬사 속에서 노머는 비싼 몸값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함.  만나는
남자마다 자신의 섹스 상대로 삼을 것처럼 보이는 마릴린 먼로(노머는 20
세기 폭스사의 카메라 테스트에 합격하면서 자신의 칙칙한 블론드 머리를
금발로 밝게 물들이고 이름도 아예 마릴린 먼로로 바꾸었음)는, 그러나 자
신의 몸을 아무 남자에게나 주지는 않았음.
  "1940년대 후반의 할리우드는 언제나 초만원을 이룬 매춘굴이야."
  먼로는 그렇게 외치며 20세기 폭스사 남자들의 성적 욕구를 피해 다님.
  그런데 놀랍게도 먼로의 첫 섹스 파트너는  60대 후반의 노인인 베테랑
프로듀서 죠 센크. 먼로는 죠 센크와 곧잘, 식사와 술자리를 함께 가짐. 어
느 날,
  "먼로 양. 앞으로는 매주 한 번씩 내 사무실로 놀러와 줘야겠어. 방문일
이 공휴일일 때는 내 집으로 와도 좋고."
  "왜요, 사장님?"
  "먼로 양을 하루라도 못 보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을 지경이야."
  이 대화가 있은 후 먼로와 죠 센크의 섹스 파티는 시작됨.
  나는 이쯤에서 마릴린 먼로 자료집을 덮고, 오만불 박사가 일러준  대로
리모콘을 조작하여 벽에 화면을 만들어낸다. 죠 센크의 개인 사무실  안으
로 먼로가 들어서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오, 왔는가?"
  "날씨가 좋아요, 감독님."
  "먼로 양의 얼굴 날씨도 좋아 보이는군."
  "감독님도 마찬가지인 걸요."
  "좋아 좋아. 어서 이리 와 앉게."
  먼로는 죠 센크가 권한 소파에 앉는다.
  "몹시 안락하군요, 감독님."
  "먼로 양을 위해서 일부러 새것으로 갈아 놓았지."
  "감독님 생각은 늘상 젊어요."
  "이게 다 먼로 양 덕분이지.  먼로 양과 함께 있으면 한  30년쯤 젊어진
기분이 든단 말야."
  "호호."
  "먼로 양의 가슴은 잘 있는가?"
  "가슴이 잘 있냐구요? 호호호. 재밌어요, 감독님."
  "이왕 말 꺼낸 김에 한번 확인해 보고 싶군."
  "어머, 부끄럽게시리..."
  "먼로 양도 부끄러움을 아는가?"
  "흥!"
  "오, 나의 먼로 가슴이여!"
  죠 센크는 먼로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고는 그녀의 젖가슴에 손을 댄
다.
  "풍만함은 여전히 식지 않았군."
  "영원히 식지 않을 거예요."
  "맛을 보고 싶군."
  "어떻게?"
  "이렇게."
  죠 센크는 먼로를 자신의 무릎에서 내려  의자에 앉히고는 아예 그녀의


젖가슴을 풀어헤쳐 유두로 입을 가져간다. 무릎을 꿇은 자세다.
  "괜찮아요?"
  "음...맛있어."
  죠 센크는 먼로의 성적 매력에 빨려든 나머지 너무도 쉽게 60대의 어린
아기가 된다.
  "이건 어때?"
  죠 센크는 옆자리로 앉아  먼로의 손을 자신의 바지춤으로  집어넣는다.
엄청나게 부플어 있다.
  "부탁해."
  "뭘 말예요, 감독님."
  먼로는 무엇인가 단단한 것을 만지작거리며 묻는다. 먼로의 달콤한 입김
이 코로 흘러들어갔는지 죠 센크는 그 냄새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연
신 코를 흠흠거리다가 말한다.
  "펠라치오."
  "입으로?"
  "오케이."
  "맙소사."
  하지만 먼로는 거부하지 않는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는 어떤 서비스도
불사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리고 무엇보다 죠 센크의 아버지 같은  넉넉
한 냄새가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먼로는 죠 센크의 허리띠쇠를 풀고는 바
지의 지퍼를 내린다. 팬티가 있고 그 안에는 곧  천을 뚫고 나올 듯, 단단
한 무엇인가가 도사리고 있다. 먼로는 팬티마저 벗겨내리고 자신의 얼굴을
들이민다. 블론드 머리를 염색한 먼로의 금발이 죠 센크의 아랫도리를  뒤
덮고, 금발이 출렁거릴 때마다 퍼져나오는 샤넬5 향기가 사무실 안을 온통
환한 빛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때 불쑥 나의 머리 한편으로 옹녀가 떠오른다. 그녀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다음호에는 제5화 '황진이의 양날개정치'가  이어집니다> 마릴린 먼로
의 섹스 행각은 어디로까지 이어질 것인지, 그리고 마릴린 먼로를  만나러
1996년의 어느 남자가 날아갈 것인지, 더욱이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을 나
눌 것인지 기대하십시오. 한 가지 더, 마릴린  먼로는 과연 자살을 했을까
요, 타살을 당했을까요? 그리고 지난달의  예고와 겹쳐집니다만, 황진이를
만나러 가는 손님은 누구이며, 미모와 문장을 겸비한 이조 최고의  기생으
로 일컬어지는 황진이가 펼치는 양날개정치란 도대체 무엇인지 그 궁금증
을 풀어드립니다. 참, 옹녀는 잘 있을까요?
제  목 : 김선영 신세대 패러디 소설  - 제 5화 황진이의 양날개정치
  아무리 마릴린 먼로의 실제 섹스 상황을 즐기는 것이 좋다고 하더라
도, 옹녀를 집에다 데려다 놓은 내가 이렇게  한가한 형편은 분명히 아
니다.
  나의 옹녀가 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일단 화면을 지
워 놓고 전화기  앞으로 간다. 전화벨이 울리면 그녀는  어떻게 반응할
까?
  아무래도 크게  놀랄 것 같다. 송수화기를  들고 나와 통화를 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오히려 질겁을  하고 달아나 버릴 것 같다. 그래서
는 사태가 곤란해질  가능성이 많다. 옹녀를 안심하고 머물러  있을 수
있게 놔둬야 한다.  그러자면 전화를 걸어 그녀가 잘  있는가를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 그렇다고 그대로 있자니 걱정이 되어 견딜 수가 없다.
그 동안 다른 사람이  전화를 걸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나는  나의 경
솔한 태도를 꾸짖는다.
  나는 고민고민하다가 일단 오만불 박사를 찾기로  한다. 그래서 다시
전화기 앞으로 가서  송수화기를 집어든다. 무선전화기도 함께 있지만,
나는 체질상 그게 싫다. 나의 뭔가가 노출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나 할까.
  오만불 박사의 핸드폰  전화번호를 누른다. 신호가 몇 번  가고 잠시
후,
  "여보세요, 오만불입니다."
  "저…천래성입니다."
  "오, 천군! 그래, 백국남 씨한테서 호출이 왔는가?"
  "그게 아니라요…."
  "그럼 새로운 손님이 1천만원을 들고 오셨는가?"
  "그것도 아닙니다."
  "그럼 뭔가?"
  "옹녀를 혼자 남겨 두고 온 일이 걱정돼서요."
  "흠…그렇담 내가 알려주는  비밀번호를 조작해서 문을 잠그고 가면
되는데, 문제는 백국남 씨구먼. 조금만  더 기다려 줄 수 있겠는가? 내
가 곧 달려갈 테니…."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오만불 박사를 기다리는 동안 마릴린  먼로의 정
사 장면을 좀더 볼까 하다가 그만둔다. 오만불  박사와 손잡고 일을 하
든 실습을 하는 동안이든 언제고  볼 수 있는 것이니까 마음이 불안정
한 이 때에 굳이 서둘러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얼마쯤 앉아
있자니 차라리 무엇에든 눈을 두고 있는 것이  나을 성싶다. 그래서 다
시 리모콘을 조작하여 벽면에다 마릴린 먼로를 부른다.
  이번의 마릴린 먼로 상대는  콜럼비아 영화사의 독재자로 소문난 해
리 콘이다. 그러나 첫장면부터가 여의치 않은 듯하다.
  "죠 센크라는 늙은이한테는 해 주었으면서 나한테는 싫단 말이지?"
  "느낌이 오지 않는 거예요."
  "난 먼로 양한테 영화 출연까지 시켜주었는데…."
  "겨우 한 편이지요."
  "당장에 주연급 출연을 보장해  줄 테니 나한테도 펠라치오를 해 주
겠는가?"
  "저는 창녀가  아니에요. 아무한테나 섹스를  서비스하지는 않는다구
요."
  "빌어먹을…그럼 이제 끝장이야!"
  "마음대로 하세요."
  콘의 얼굴은 보기  흉하게 붉어져 있고, 먼로는 의외로  당당한 표정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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