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3일 수요일

(야설명작)러브타임7


  "당신이 없이는 살 필요가 없어요......"
  반금련은 중얼거린다. 자신의  남편인 무대가 죽은 것을  아쉬워하기
보다, 무대의 동생인 자신의 시동생 무송이  죄를 뒤집어쓰고 일상에서
추방된 것을 아쉬워하는 것이다. 얼마나 꿈에 그리던 무송이었던가.
  반금련은 마침내 결행을 한다.  천장에 끈을 매달고, 그 아래에 의자
를 논 다음 거기에  올라서는 것이 아닌가. 둥글게 돌려 묶어  놓은 끈
안에 목을 집어넣는다. 이제  의자만 발로 차 버리면 그녀는 끝장이다.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저세상으로 가 있을 것이다.
  목을 매단 채 죽으면 그  사람의 몸에서 어떤 생리적인 현상이 벌어
진다는 것을 누군가의  소설에서 읽은 일이 있다. 똥이  나온다고 하던
가. 하하하......저 아름답고 요염한 반금련의 똥이라니. 허탈하게 웃음이
나온다.
  "금방 왜 웃었죠?"
  여성 관능미 연출가인 김혜린이 묻는다.
  나는 화면을 잠시 멈추게 해 놓고 대답한다.
  "똥 때문에요."
  "똥?"
  "목을 매달고 자살하면 똥이 나온대요."
  "어머!"
  "왜 그렇게 놀라세요?"
  "아, 아니에요. 어떤 일이 떠올라서......"
  "무슨 일이죠?"
  "러브타임머신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뒤에 말씀드리겠어요."
  "......"
  "어서 화면을 진행시켜 주세요."
  나는 다시 리모콘을 작동하여 화면을 진행시킨다.
  반금련이 의자를  발로 차려는 찰나, 문을  열고 서문경이 들어선다.
서문경이 들어선 것을 확인하고  반금련은 의자를 발로 차내려고 하지
만 헛발질이다.
  "뭐 하는 짓이야?"
  서문경이 소리치며  몸을 날린다. 서문경은  목을 매달고 죽기  위해
악을 쓰는 반금련을 번쩍 들고 어깨에 메어 침대로 간다.
  "내가 뭘 못 해 줬다고 죽으려는 거냐?"
  "놔요, 놔요!"
  서문경은 우선 반금련의 입안에 재갈 같은 것을  물린 후, 그녀의 사
지를 침대의 사각 모서리에 묶어 놓는다.
  "아주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하고야 말겠어. 흐흐흐흐."
  서문경은 그녀의  얇은 옷을 손으로  움켜쥐고 북북 찢기  시작한다.
눈부시도록 하얗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살이 군데군데 드러난다.  가슴
은 풍만하고 탱탱하다. 좀 크다 싶은 유두는 핑크빛이다. 배꼽은 쏙 들
어가 숨어 있는 것이  아주 잘생겼다. 그녀의 생식기도 드러난다. 체모
에서 대음순까지. 소음순도 바깥으로 빠져나와 있다.
  나는 안다. 소음순이  바깥으로 빠져 나와 있는 여자들이  대부분 성
욕이 강하다는 걸.  내가 청량리 588에서 창녀  길들이기 아르바이트를
할 때 여러  여자의 생식기를 살펴보면서 터득한 실증  이론이다. 하지
만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그러므로 나의 판단을 여러  사람에게 믿게
할 도리는 없다.
  서문경은 지름  5센티미터 정도의 굵고 검은  양초를 서랍에서 꺼내
가져온다. 붉은 색이나  노란 색, 혹은 파란  색이 들어간 양초는 많이
보았지만, 검은 색이 들어간 양초......이건 정말 처음 보는 것 같다.
  서문경은 그 검은  양초를, 찢어진 옷 사이로 드러난  반금련의 생식
기에 기(旗)를 꽂듯이  밀어넣는다. 매우 비상식적인 장면이지만,  김혜
린은 눈 하나 찡그리지 않는 눈치다. 간이 무척 큰 여자인 모양이다.
  반금련은 수치스럽고 괴로워하는 표정을 짓고는 있지만 입이 단속되
어 있기 때문에 비명을 올리지는 못한다. 그래서 더욱 불쌍하다.


  서문경은 해괴한  웃음을 짓더니, 곧 양초에  불을 붙인다. 반금련의
은밀한 부위에서 타오르는  검은 양초의 불빛. 신비스러운  장면이기는
하지만 아름답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얼마쯤 지나자 양초가 녹기  시작하면서 검은 촛농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떨어지는 장소는 말할 것도 없이 반금련의 생식기 외곽이다.
그녀의 소음순과 대음순은 점차 검게 색이 변해  가고 있다. 인간의 탈
을 쓰고 어찌 저럴 수가 있을까?
  그때다.
  "바로 저거예요! 저때 들어가겠어요!"
  김혜린이 다급하게 소리치듯 말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떠날 준비를 하십시오. 우선 옷부터 입으셔야죠."
  나는 김혜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길이 없다.  왜 하필
저 순간에  뛰어들려고 하는  것일까? 물어보려다가 그만둔다.  어차피
저쪽에서 한바탕 벌일 그녀의 행동을 화면을 통하여 충분히 감상할 수
가 있으니까.
  잠시 후,  그녀를 러브타임머신에 태운  뒤 반금련의 방에서  가까운
뒤뜰로 보내 버린다. 그러고 나서야 나는 잠시  예금통장을 열어 볼 시
간을 찾는다. 아! 자그마치 1억이다. 그 여자는 자기 말로는  단지 여성
관능미 연출가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그 여자의  비밀이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바로 그때, 곤하게 잠을 자다가 갑자기 소변이
마렵다고 울어대기 시작하는 어린아이처럼 몹시 다급하게 전화벨이 울
어대기 시작한다.
  "네. 러브타임머신 여행사의 천래성입니다."
  "아, 나, 시 쓰는 관박식이요."
  조금 술에 취한 음성이다.
  왜 하필 이  순간에 관박식 씨인가? 이제  그는 황진이를 만나러 갈
수도 없지 않은가.
  "웬일이시죠? 이제 황진이는 소설가 박가식 선생님한테로 넘어가 버
렸는걸요......"
  "아, 진이는 필요 없소. 나에게는 오로지 양귀비뿐이오."
  "양귀비한테는 훌륭한 싯구가 필요없나요?"
  "아무렴 필요하지, 필요하구 말구."
  "하지만 하느님이 식칼로 자살하려던 선생님의 목숨을 구해 준 대신
에 언어 예술 창조 능력을 빼앗아가 버렸다고 하던데요......"
  "그건 몰라. 나는 아무튼 언어 예술  창조 능력을 조금도 잃어버리지
않았소."
  "정말이십니까?"
  "오래 전에 공부해 두었던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가 술술 읊어질
정도니까. 한번 읊어 볼까요?"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그는 시를 읊어 나간다.
  "한황제, 색(色)을 소중히 여겨 나라가 기운 것을 생각하노라.
  재임 기간에 수년 동안 구했지만 얻지 못했네.
  양씨 집안에 계집이 있어 마침내 장성했구나.
  그 몸을 아끼어 규방에 숨겨 놓았으니 세상이 이제서야 알았도다.
  타고난 고운 얼굴 스스로 버리기 어렵다고
  하루 아침에 뽑히어 임금 옆에 와 있네.
  눈동자를 굴리면서 한번 웃으면 백 가지 교태가 빚어지니
  여섯 궁(宮)의 분바른 얼굴들이 볼품없구나."
  "......"
  "백거이의 시를 하나 더 읊어 볼까요?"
  역시 내가 대답하지 않자 관박식 시인은 다시 시를 읊어 나간다.
  "봄기운이 아직도 차갑구나.
  목욕하라고 내려 준 화청지(華淸池).
  매끄러운 온천물이 풍만한 몸을 닦아 준다.
  몸종이 도와서 몸을 일으키니


  나긋나긋하게 기운이 쏙 빠졌구나.
  이제야 비로소
  황제의 극진한 사랑을 받을 때."
  "......"
  "어떻소. 내가 언어를 잃어버렸다면 어찌 이  정도의 시를 회상해 낼
수 있겠소."
  그도 그런 것 같다.
  "그렇담 장사를 하신 거로군요."
  "아니야, 그건 절대로 아니야."
  "아무튼 알겠습니다. 그럼 양귀비를 만나러 가시겠단 말씀이죠?"
  "그래요."
  "그럼 내일 오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게 아니라 오늘 당장!"
  "먼저 오신 손님이 있어서......"
  "내가 당신 앞으로 1천만 원을 더 넣어 줄 테니까 선처해 줘요."
  1천만 원의 공돈이 생긴다? 그렇다면 거절할  일만은 아니다. 김혜린
씨의 활약은 녹화해  두었다가 보면 된다. 만일에 그녀의  신상에 다급
한 일이 벌어지면  그녀는 곧바로 도움을 요청하는 호출을  할 것이다.
그건 그때 일이다. 나도 이제 여러 사람을  여행시키다 보니 관록이 붙
었다. 그래서 조금 느긋해진다. 어쩌면 이 느긋함을 김혜린에게서 배우
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좋습니다. 그럼 곧 입금시켜 주십시오. 저의 계좌번호는......"
  "알았소. 내, 곧 입금하고서 그리로 가리다."
  그나저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오늘도 클레오파트라를 만나러
가기는 글러먹은 노릇이다. 얼른 양귀비에 대해서 공부한 다음, 관박식
시인이 오면 그와 함께 화면을 만들어 보아야  하고, 이어서 그가 원하
는 때와 장소에 타임머신으로 그를 보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우
선 김혜린의 저쪽  사정을 녹화 동작으로 처리해 놓고는,  곧 양귀비에
관한 자료를 뒤져  꺼낸다. 그녀가 양귀비란 이름을 얻기  전까지의 제
법 상세한 자료가  준비되어 있다. 나는 그 내용을  속독으로 읽어나간
다.
  양귀비의 성명은 양옥환. 그녀는 어려서 고아가  되어 숙부집에서 양
육을 받으며 자랐다.
  양아버지 양현염은 무명 하급 관리. 숙부라고는 하지만 웬 숙부?
  양현염은 양귀비가 자랄 만큼  자랐는데도 아내가 집을 비운 날이면
자기 손으로 목욕시키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는 자기의 생식기
를 어린 그녀의  입으로 애무하도록 진작부터 시켰는데, 그것  역시 멈
추지 않았다.
  그러나 양현염은 그녀의  그곳만큼은 건드리지 않았다. 처녀로  남겨
두고 싶었던 것이다.
  이유가 있었다. 단지 돈을 벌려는 수작이 아니었다.
  사실 사창가에 팔아 버리려면  그곳을 건드리는 게 오히려 바람직했
다. 당연히 돈도 만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의 돈에 양현염은 만
족하기가 싫었던 것이다.
  양현염은 양옥환을 공주가 타는 가마에 태워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럼으로써 일족이 입신 출세하기를  바라는 엄청난 욕심을 키우고 있
었던 것이다.
  그래서 양현염은 일부러 양옥환을  세상 사람들의 눈에 띄게 하려고
애를 썼다. 양씨  집안에 미녀가 있다는 소문이 궁중  안으로까지 날아
들어가기를 희망하는 속셈이었다.
  어느 날 후궁 관계 일을  장악하고 있는 궁중의 막후 실력자인 고역
사가 찾아왔다. 뿌려놓은 먹이에 사냥감이 다가온 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고역사가 양씨 집안을 방문한 지  한 달 뒤에 양현염
에게 말했다.


  "수왕 전하의 비로 들어가게 되었네."
  양현염의 입이 찢어졌다. 현종 황제의 비는 아니지만, 현종이 총애하
는 무혜비의 자식이 수왕이므로  미래가 바라다보이는 만족할 만한 성
과였다. 양옥환이 수왕비가  된 뒤로 양현염을 비롯한 양씨  집안 사람
들은 모두들 지위가 높아지고 돈벌이도 쑬쑬하게 되었다.
  어느 날 무혜비가 죽었다.
  어느 날 30남 29녀의 아버지인 현종이 고역사를 불러 말했다.
  "미녀는 없단 말인가? 미녀는  정녕 없단 말인가? 천하의 주인이 되
고서도, '옳다,  바로 이 여자다' 하고  무릎을 칠 만한 여자가  없다니
이 얼마나 허무한 노릇이란 말인가!"
  3천 궁녀가 소용이 없다는 말이었다.
  "미녀 말이옵니까? 후궁의 여자들은 모두가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가
아니옵니까? 아예 눈마저 부실 지경이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너는  아직도 나의 취향을 모른단 말이냐? 지금
의 후궁 가운데는 쓸 만한 미인이 하나도 없노라!"
  현종은 심하게 눈썹을 찌그러뜨렸다.
  "하오나 폐하의 취향에 맞는 여자라면......"
  고역사는 저승으로 간  무혜비를 생각했다. 무혜비야말로 현족의  취
향에 맞는, 현종을 끝없이 만족시킨 인물이었던 것이다. 현종은 또다시
무혜비와 같은 여자를 찾고 있었다.
  나이 마흔에 죽은 무혜비는  미끄러지듯 고운 살결에 풍만한 육체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중년에  들어 살이 찌는 체질이었다. 다소 비만
해 보였지만 현종을  그 몸을 싫어하지 않았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현
종은 글래머 스타일을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폐하, 어찌하옵니까? 무혜비께서 돌아가신 후  그분에 가까이 갈 만
한 인물은 눈에 띄지가 않사옵니다."
  "음, 그렇겠지. 하지만  후궁에는 그런 여자가 없다  하더라도, 이 넓
은 중원 천지에 어찌 그란한  여자가 다시 없다고 할 수 있겠느냐? 계
속해서 샅샅이 찾아 보도록 하여라."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오냐."
  현종은 다소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고역사는 이제까지는  없었던 최대의 곤경에 빠진  셈이었다.
무혜비만한 여자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기야,  단지 빼어난 미모와
풍만한 육체를 가진  여자를 찾으려면 어려울 것도 없었다.  문제는 그
녀가 비파(琵琶)  같은 악기를 훌륭히 연주할  수 있을 만큼  음악에도
조예가 깊고 시문(詩文)에도 재주가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현종의 규방 출입은 뜸해졌다. 그러자 궁녀들은 이렇게 수근거렸다.
  "마마도 마침내 연로해지신 거야. 이젠 더  이상 미녀의 몸을 느끼지
못하시게 된 게 틀림없어."
  그런데......있었다. 분명히 있었다.  고역사가 현종을 기쁘게 해 줄 만
한 여자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여자가 있었듯이,  또한 문제가 있었다. 그 여자는 바로
양현염의 수양딸인 양옥환, 즉 양귀비였던 것이다. 양귀비는 현종이 총
애했던 무혜비가 낳은 수왕의 여자가 아닌가.
  "내 마음을  흡족하게 해 줄 여자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텅  빈 내
마음을 채워  줄 여자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정 없으면 그와  비슷한
여자라도 괜찮다. 짐의 나이도  이제 한계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꾸무
럭거리면서 기다리고  있을 재주가 없구나.  그러니 네가 지금까지  본
여자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여자를 데려오너라."
   현종은 숫제 신음하듯이 고역사를 보챘다.  고역사 앞에서는 황제의
체통이 사라져 버린  지 오래였다. 차라리 어린아이가 젖  달라고 보채
는 게 어른스러울 지경이었다.
  "있기는 있사옵니다."
  고역사는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 말했다.


  "뭐라고? 드디어 찾아냈느냐? 그럼담 지금 뭘 하고 있는 게냐? 어서
데리고 오너라, 어서!"
  "하오나......"
  "하오나?"
  "곧 데려 올 만한 사정이 못 되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고종 천황께옵서도  측천순성황후를 곧바로  궁중에 데려오실 수는
없었나이다. 하오니 감찰하여 주시옵소서."
  신화시대를 빼고 중국의 제왕 가운데 천황으로 불린 황제는 고종 한
사람뿐이다. 그런데 고종이  무측천을 곧바로 궁중으로 데려 올  수 없
었던 것은, 그녀가 바로 고종의 아버지인 태종의 후궁이었기 때문이다.
  "음......지금 어디 있는 게냐?"
  "십육택이옵니다."
  황제의 아들은  친왕(親王)으로서 장안의  북단 일곽에 있는  저택을
하사받았다. 그곳을  당초에는 '많다'는 의미로 '십왕택'이라고  불렀는
데, 현종은 아들을 열 여섯  두었을 때 그 명칭을 '십육택'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뒤로 아들이 늘었는데도 현종은  이름을 바꾸기가 귀찮아서
'십칠택'이나 '십팔택'이라고  개명하지 않고  '십육택' 그대로  두었던
것이다.
  현종의 아들 가운데 누군가가 사랑하는 여성......그것 참 골치아픈 문
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현종은  자신을 홀릴 만한 여자  찾기가
혈안이 되어 있었으므로 그까짓(?) 일을 문제삼을 처지가 아니었다.
  "누구의 비(妃)냐?"
  "수, 수왕의 비옵니다."
  고역사는 고개를 떨군 채 대답했다.
  "수왕?"
  현종은 놀랐다. 수왕인 이모는 현종이 그토록  사랑했던 무혜비가 낳
은 아들이 아닌가. 양귀비가 자신의 며느리라면 며느리인 셈이었다.
  "수왕의 나이가 스물이던가?"
  "예. 비는 수왕보다 한 살 더 많사옵니다."
  "그런데......왜 하필 수왕이란 말이냐......"
  "주저되시옵니까?"
  현종은 대답  대신에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흘렸다. 얼마쯤  시간이
흐른 뒤에 현종은 말했다.
  "수왕에게는 더 젊은 여자를 네가 직접 골라서 얻어 주거라."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다음......고종 황제의 고지(故智)를 본뜨는 게 좋을까?"
  현종의 조부인  고종 황제의 고지란,  고종의 자기 아버지의  애인을
후궁으로 들이기 전에 절에 넣었던 것을 말함이다.
  "굳이 불자가 아니라도 괜찮사옵니다."
  "그렇다면 도교 사원으로 보낼까?"
  그리하여 양귀비는 애송이 수왕의 곁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녀가 십
육택에서 나와 들어간 곳은 도교 사원. 여관(女冠)이 된 그녀는 태진이
라는 도사 이름을 받았다. 그러고 화청궁으로 부름을 받았다.
  여기서 자료는 끝나  있다. 나는 리모콘을 움직여 벽면에  화면을 만
들어낸다. 양귀비가  목욕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화면을 좀더 뒤로
돌린다. 화청지에서 목욕하는 장면은 어차피 관박식  시인이 오면 함께
보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화면에 눈을 고정시킨다.
  화청궁의 대청 한가운데 옥좌가 있다. 거기에  제법 낭만적으로 보이
는 한 늙은이가 앉아 있다. 자막을 보니, 그가 바로 현종이다.
  양귀비는 현종 앞으로 나아가 앉는다. 주위에서는 악인(樂人)들에 의
해 아악(雅樂)이 연주되고 있다.
느린가 하면  빠르고, 부드러운가 하면 격렬한,  한마디로 변화가 많고


복잡한 곡이다. 연주가  끝나자 현종이 양귀비를 감탄하듯  내려다보며
묻는다.
  "옥환이라고 했느냐? 그래, 이 곡이 어떻느냐?"
  "예."
  양귀비는 그렇게 대답했을 뿐이다. 부끄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것은 '예상우의(霓裳羽衣)'라는  곡이다. 짐이  몸소 만든 것이지.
그런데 옥환이를 위해 오늘  여기서 처음 연주하게 한 것이노라. 그래,
이런 노래를 어디서 들어 본 적이 있느냐?"
  양귀비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연다.
  "예, 들어 본  적이 있사옵니다. 바라문(婆羅門) 음악에다 격금(擊琴)
을 섞은 듯하옵니다."
  "호!"
  현종이 놀란다. 반해도 어지간히 반한 모양이다.
  그때 비디오폰이 울린다. 화면을 보니 관박식 시인이다.
  "어서 보내 주시오."
  무엇이 그리 급한지 관박식 시인은 들어오자마자 성화다.
  "어느 때  어느 장소로 보내 드리죠?  화면을 보시고 결정하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아, 볼 필요가 뭐 있겠소. 양귀비가 화청지로 가서 목욕하는 순간이
제일이지."
  "역시 시인다운 데가 있으시군요."
  "그게 시인다움인가?"
  "잘 모르겠습니다만......아무튼 준비하시죠."
  "그런데 부탁이 있소."
  "......"
  "나는 곧바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올 작정이니까, 절대로 타임머신
을 철수시키지 말아 주시오."
  "양귀비를 곧바로 데려 오실 수 있단 말씀입니까?"
  "당연하지요."
  "무슨 수로? 가스총으로 기절시킨 후에 말입니까?"
  "아니오. 순순히 따라 오게 만들겠소."
  "어떻게 말씀입니까?"
  "양귀비의 목욕을 거들어 주는 몸종은 둘 다 현종의 얼굴을 본 일이
없거든. 그러니 내가 현종으로 분장하고 다가가면 그뿐이 아니겠소."
  "그럴 듯하긴 한데......"
  "나는 이래뵈도 대학생  시절에 연극 서클 활동을  했었지요. 연출에
서 연기까지 다 경험해 봤어요."
  "그러시군요."
  "그럼 옷을 갈아 입겠으니 잠시 기다려 주시오."
  잠시 후, 관박식 시인은  현종으로 변장한 차림이 된다. 현종과 비슷
한 얼굴 생김새는  아니지만, 당나라 황제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현종
의 얼굴을 본  적이 없는 몸종이나 양귀비  앞에서는 영락없는 현종일
게다.
  잠시 후 관박식  시인은 러브타임머신에 몸을 싣고, 나는  곧 리모콘
을 작동하여 그를 당나라 현종 시대의 화청지로 떠나 보낸다.
  나는 다시 리모콘을 작동하여 벽면에 화면을 만들어낸다.
  또다시 양귀비다!  그러나 이번엔 아까와는 상황이  다르다. 두 여자
몸종에 의해 옷이 한  꺼풀 두 꺼풀 벗겨지고 있는 것이다.  희고 풍만
한 몸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나의 입안에는 군침이  가득히 고
이기 시작한다.
  <다음호에는 제10화 '미란다 바로 보기'가 이어집니다>
  오랜 세기에 걸쳐진 미녀들을 만나는 일이라 역시 할 이야기는 매번
넘친다. 그래서 뒤로  밀리기 일쑤다. 이번에도 그러기는  마찬가지. 김


혜린은 과연  서문경을 어떻게 처리하고  반금련에게는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시인  관박식은 자신을 현종 황제라고  속이고 양귀비를 데려
올 수 있을 것인가? 소설가 박가식은 황진이를  만나러 내일 올 테고...
마돈나와 만화가 조선지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그 밖에 마릴린 먼
로의 뒷이야기는?  그리고 춘향이와  심청이는? 무엇보다  '나'의 옹녀
는? 그런데 이건 또 뭔가?  미란다의 실체를 알고 싶다는 한 사나이가
등장하였구나.


  제목 : 김선영 신세대 패러디 소설 러브타임머신 - 제10화 미란다 바로 보기
  또다시 양귀비다! 그러나  이번엔 아까와는
상황이 다르다.  두 여자  몸종에 의해  옷이
한 꺼풀  두 꺼풀 벗겨지고 있는  것이다. 희
고 풍만한  몸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나의 입안에는 군침이 가득히 고이기 시작한
다.
  잠시 후, 완전히 알몸이  된 양귀비는 천천
히 걸음을 옮겨 화청지 안으로 들어간다.
  "아, 뜨거!"
  온천물의 뜨거운 감촉이  싫지 않은 듯 탄
성을 올린다. 먼저 무릎이 잠기고, 이어서 허
리와 가슴, 그리고 목까지 잠긴다.
  두 몸종도  옷을 벗는다.  양귀비처럼 풍만
한 몸은  아니지만, 웬만한  곳에서는 빠지지
않을 만큼 괜찮은 미모와  몸매를 가졌다. 두
몸종도 곧 화청지 속으로 따라 들어간다.
  두 몸종은 양귀비의  몸에 손을 대어 문지
르기 시작한다.
  "너희들 손의 감촉이 여간 아니로구나."
  양귀비는 여간 기분좋은 표정이 아니다.
  "호호호호."
  두 몸종은 칭찬을  받은 기쁨을 감추지 못
한다.
  얼마쯤 지났을까,  몸종 가운데  하나가 양
귀비에게 말한다.
  "다 씻겨 드렸으니까,  이제 그만 일어나시
어요."
  "음, 그럴까."
  양귀비는 두 몸종의  부축을 받아 물 속에
서 서서히  일어난다. 눈부신  알몸이 화면에
가득 담겨 아찔할 정도다.
  물 밖으로 나오자 몸종들이 양귀비의 매끄
러운 알몸을 커다란 수건으로 골고루 닦아준
다. 그러고는 옷을  입혀 주려고 할 때, 아주
가까운 곳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
다.
  "입을 필요는 없노라."
  현종의 차림으로 변장한 관박식 시인은 관
박식 시인인데, 그가 한  말은 분명히 중국말
이다. 중국말도  저만큼 하니  양귀비를 훔치
려고 생각했을 법도 하다.
  "아!"
  관박식 시인이 현종인  줄로 잘못 안 양귀
비와 몸종들은 차마 말을 이을 줄 모른다.
  "발가벗은 게 더 보기 좋노라. 그대로 나를
따라 오너라."
  "소녀들도 말이옵니까?"
  몸종 둘이 묻는다.
  "아무렴. 나희들도 물론이지. 험!"
  관박식 시인은 큰기침을 한번 하더니 성큼
성큼 걸어가기  시작한다. 양귀비와  몸종 둘
은 감히 거부하지 못하고 잰걸음으로 관박식
시인의 뒤를 따라 붙는다.


  잠시 후 그들의  앞에 이상한 물체가 하나
나타난다. 러브타임머신이다.
  "마마, 이게 무엇이옵니까?"
  양귀비가 묻는다.
  "우리들을 즐거운 세상으로 인도하는 기계
이노라. 자, 올라 타자꾸나."
  "예, 마마."
  양귀비와 두  몸종은 역시  거절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러브타임머신 안으로 오른다.
  잠시  후, 러브타임머신이  여행사  안으로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 관박식  시인이 세 여
인을 데리고 내린다. 물론  세 여인은 여전히
알몸이다.
  "어머나!"
  그녀들이 살던 세상과는 전혀 딴판인 여행
사의 실내 분위기와, 역시  전혀 딴판인 나의
옷차림을 보고서 그녀들은 몹시 놀란다.
  "놀랄 것 없다. 내가  만들 수 없는 세상이
어디에 있겠느냐."
  영문도 모르는 세 여인은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역시  황제의 한마디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천래성 씨.  현대인의 옷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있기는 하지만 값이 좀 나갑니다."
  "얼만데 그러오?"
  "팬티부터 겉옷까지  모두 해서 한 사람분
에 1천만원입니다."
  "뭣이? 1천만원?  그렇다면 셋은 3천만원?
그건 너무 좀 심하지 않소?"
  "그럼  발가벗은 채로  데리고 가시겠습니
까? 당장에 경찰에서 연행해 갈 겁니다."
  "그것 참...그래도 좀 깎아 줄 수 없겠소."
  "그건 안 됩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가 없
으니까요."
  "젠장. 이럴 줄 알았다면 얘들은 놔두고 올
걸 그랬군. 하는  수 없지. 그럼 우선 양귀비
만 옷을  입혀서 데려 가도록 하겠소.  두 몸
종은 밖에서 옷을  준비한 다음에 다시 와서
데려갈 테니 한 시간 정도만 맡아 주시오."
  "제가 선생님이  데려온 두 여자를 모시고
있으란 말입니까?"
  "그 대신에 내가 잘 모시고 있으라고 명령
해 주겠소."
  그것도 과히 싫지는 않다.
  "좋습니다."
  내가 승낙하자  관박식 시인은 지갑에서 1
천만원권 자기앞수표를 꺼내어 냉큼 내민다.
  "그럼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나는 리모콘을 작동하여 여러 색깔의 팬티
를 바닥에 떨어뜨린다.
  "이 가운데서 양귀비가 입고 갈 팬티를 하
나 고르십시오."
  "흠......"


  관박식 시인은 그 가운데서 보라색 팬티를
고른다.
  "보랏빛 양귀비...어떻소?"
  "잘 고르셨습니다."
  나는 다시  리모콘을 작동하여  팬티 위에
입을 겉옷 일체를 바닥에 떨어뜨린다.
  "이리 오너라. 이 옷을 입도록 하자."
  현종으로 변장한  관박식 시인은 양귀비에
게 정성스런  손짓으로 옷을  하나하나 입혀
준다. 옷이  다 입혀지자  관박식 시인은  두
몸종에게 말한다.
  "너희 둘은 우선 이분을 즐겁게 해 드리고
있거라. 만일 이분을 즐겁게  해 드리지 못하
면 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노라."
  "예, 폐하."
  두 몸종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감히 거부
하질 못한다.
  "그럼 다시 오겠소."
  관박식 시인과 양귀비를 위하여 나는 러브
타임머신여행사의 문을 열어준다.  두 사람이
사라지고 난 뒤에  나는 소파에 가만히 앉아
기다린다. 두  몸종이 어떻게  하는지 수동적
으로 느껴 보고 싶은 것이다.
  두 몸종은 알몸인  채로 서서 무슨 말인가
주고받더니 내게로 다가온다.  그녀들은 나의
앞에 나란히 앉아 옷을 벗겨 준다.
  옷이 다  벗겨지자 그녀들의  손길이 나의
알몸을  쓰다듬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나의
양쪽 귓속으로  그녀들의 혀가  파고든다. 잠
시 후에 그녀들의  혀는 나의 귓속에서 빠져
나와 양쪽  뺨을 핥아나간다. 이어서 목덜미,
양 어깨,  그리고 양  팔로 이어진다. 손가락
마디마디도, 심지어 손톱까지도  빼놓지 않는
다.
  그녀들의 혀는 다시 올라와 빗장뼈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한다. 가슴을  한번  휩쓸더니
젖꼭지에 한동안 머무른다.  이어서 갈비뼈를
타고 내려가 배꼽  부위에서 양쪽 끝으로 쓸
어나간다. 나는 몸을 부르르 떤다. 거의 비슷
한 애무이지만,  양쪽에서 달라붙은  두 여자
의 동시  애무이기 때문에, 옹녀와는 또다른,
그리고 김혜린과도  또다른 맛을  나는 느낀
다.
  그녀들의 혀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양
쪽 골반을 타고  내려가 허벅지를 거쳐 무릎
에 머문다.  다시 무릎에서 종아리까지, 그리
고 발등과 발가락, 심지어  발톱도 빼놓지 않
는다.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잘 훈련되어
있는 것이다.
  그녀들의 혀는  다시 다리를  타고 올라와
검은 숲을 헤쳐놓는다. 이어서  더 이상 부끄
러울 수 없는  부위로까지 혀끝에 의한 애무
는 이어진다.
  얼마 후,  나는 투명하기도  하고 반투명하
기도 한  두 가지 액체를  잇따라 그녀들 눈


앞에 쏟아놓는다.
  "오! 오!"
  그녀들은 탄성을 올리며 양쪽에서 내 몸을
꼬옥 껴안아준다.
  일이 끝나고  얼마쯤 지났을  때, 전화벨이
울린다. 이런  식의 전화는  참 마음에 든다.
만일에 이 전화가 일을 채 끝내기도 전에 걸
려 왔다면 어땠을까?  모르긴 몰라도, 건강에
도 좋지는 않을 것이다.
  "네, 러브타임머신 여행삽니다."
  "아, 나는 관박식이오."
  "예. 지금 오실 겁니까?"
  "아니, 내가 지금 양귀비 맛을 보느라고 정
신이 없지 뭐요. 이건 완전히 블루스야, 블루
스. 그녀는 아주 느긋한  템포로 나를 기절시
킨다구."
  "그래서 어쩌시려구요?"
  "내가 내일 가면 안 되겠소?"
  "그럼 이  아가씨들을 내일까지 제가 보호
해 주고 있으란 말씀이십니까?"
  "즐기고 있으면 되지 않겠소."
  "벌써 즐길  건 다 즐겼습니다.  이제 저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자는 차라리 없는
게 낫습니다."
  "배가 부른 모양이군. 그렇담 당신이 그 여
자들을 가지시오."
  "제가 가지라구요?"
  그것 참,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나는
고민고민하다가 결단을 내린다.
  "그럼 이렇게 하기로 하죠. 내일 이 여자들
을 데려가십시오. 그 대신에  내일 저에게 양
귀비를 품을 수 있는 기회를 좀 만들어 주십
시오."
  "흠. 그것  좋은 생각이군.  좋소. 양귀비를
한 번쯤 빌려 주는 거야 뭐 어렵지 않지."
  나는 쾌재를 올린다.
  나는 일단 두  여자를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간다. 그러고 거기서 기다리고 있도록 한다.
  다시 전화다.
  "네, 러브타임머신 여행삽니다."
  "아, 그곳을 이용하고 싶은 고객입니다."
  "누굴 만나고 싶으십니까?"
  "미란다도 가능합니까?"
  "미란다요?"
  "예, 미란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나는 재빨리  자료집을 뒤진다. 있다. 미란
다도 분명히 있다.
  "예, 가능합니다만."
  "그럼 지금 당장 이용할 수 있겠습니까?"
  "미란다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
  "뭐, 그럴  것도 없소. 나는 그녀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까.  다만 실제의 그녀
를 만나지만 못했을 뿐이오."


  "그럼 지금 당장 오시겠습니까?"
  "예."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한분출입니다."
  "이름이 재미있으시군요."
  "하루에 한  번이라도 분출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체질이오."
  "직업은 어떻게 되십니까?"
  "연극연출가 겸 연극배우요."
  "그러고  보니 미란다  시리즈를 연출하고
연기하신......"
  "그렇소. <옐로  미란다>, <블루 미란다>,
<레드 미란다>, <블랙 미란다> <화이트  미
란다>, <핑크  미란다> 등등을 연출하고 남
자 주인공으로 연속  등장한 사람이 바로 나
요. 나는 그 동안 정말  제대로 된  미란다의
모습과 칼리반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 주
고 싶었소. 그래서 여러  가지 모습의 미란다
를 재창조해냈죠.  이건 정말  미안한 얘기지
만, 나는 연극 공연이  끝나고 나면 시리즈마
다 매번 바뀐 여배우들과  직접 관계를 했소.
각양 각색의 미란다 맛을  모두 보아 버렸소.
그러나  언제나 실망하고  말았소.  왜냐하면
그네들은 어디까지나 연기자로서의 미란다일
뿐이지  실제 미란다가  아니었기  때문이오.
이제 나에게  다른 방법은 더  이상 없는 것
같소. 직접  1960년대로 미란다를  만나러 가
는 수밖엔."
  "그럼 입금을 시켜 주십시오. 이용료는 1천
만원입니다."
  나는 그에게  통장 온라인  번호를 불러준
다.
  "곧 넣고 가겠소."
  전화가 끊어진다.
  나 역시 미란다가 어떤 여자인지 궁금하기
는 마찬가지다.  도대체 어떤  여자이길래 20
세기말의 한국에서  그토록 유명해졌단 말인
가.
  입금을 확인하고 나서 얼마  후, 한분출 씨
가 러브타임머신 여행사로 찾아온다.
  "그녀가 칼리반으로부터  납치당할 때부터
볼 수 있을까요?"
  "예, 가능하죠."
  나는 리모콘을 작동시켜 벽면에 화면을 만
들어 낸  다음, 빨리 감기로 미란다  납치 장
면을 잡아낸다.
  좀 어눌한  인상의 칼리반이  차에서 내린
다. 뒷문을 연다.
  미란다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수풀 사
이로 세찬  바람이 불고  있다. 미란다  뒤에
사람이라곤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마침내 미란다가 칼리반이 있는 곳으로 다
가온다.  비단결같이 윤기가  감도는  그녀의
엷은 금발은 허리를 넘어 엉덩이까지 뒤덮고
있다. 눈동자는  잿빛인데, 서양 여자답지 않


은 그녀의  작은 체구와  더불어 앙증맞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귀엽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데,  곧
지나쳐 갈 것 같다. 그  때 칼리반이 불쑥 말
을 건다.
  "실례지만 혹시 개에 대해서 아는 바가 있
으신가요?"
  "그런 걸 왜 묻죠?"
  미란다가 깜짝 놀라며 되묻는다.
  "방금 개  한 마리가 제  차에 치었거든요.
정말 끔찍하더군요."
  "어쩜!"
  미란다가 두  손을 모으고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갑자기  개가 달려들었던  겁니다. 하지만
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칼리반은 매우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
동차의 뒷문 안을 들여다본다.
  "정말 가엾군요."
  미란다는 자동차  안을 들여다보려고 칼리
반의 곁으로 다가간다.
  "피가  나지도 않았는데,  웬일인지 꿈쩍도
안 하는 거예요."
  "왜 그렇죠?"
  미란다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동차의 열
린 뒷문 앞으로 바짝  다가간다. 칼리반은 미
란다가 잘 볼 수 있도록 하는 시늉을 하듯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선다.
  미란다는 차  안을 들여다보려고 등허리를
구부린다. 칼리반은  길 주위를  빠른 속도로
훑어보고 나서 틈을  주지 않고 미란다의 몸
을 움켜잡는다.  미란다는 너무  놀랐기 때문
인지 비명도 지르지 못한다.
  칼리반은 자신의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약솜 뭉치를  꺼낸다. 그것으로  미란다의 코
와 입을  틀어막는다. 미란다는  칼리반의 팔
안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였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칼리반에  비해 미란다의  몸집은 너
무 작다.
  칼리반은 의식을  잃고 쓰러지려는 미란다
를 일으켜세워  자동차 안에  실어넣는다. 그
러곤 서둘러 미란다의 입에다 스카프로 재갈
을 물린 다음 가죽끈으로  온몸을 묶는다. 하
지만 억세게 묶는 것은  아니다. 칼리반은 미
란다의 고통을 덜어  주려고 꽤나 애쓰는 눈
치다.
  칼리반은 한참 동안 자동차를 몰아 으슥한
숲속으로 들어간다.  자동차를 세운 다음, 회
중 전등을 켜 미란다의  얼굴을 살펴본다. 미
란다는 큰 눈을 뜨고 깨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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