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3일 수요일

(야설명작)러브타임8 완결


  "놀라지 말아요. 나는  당신에게 절대로 고
통을 주지는 않을 셈이니까요."
  칼리반이 말한다. 미란다는  칼리반을 그저
뚫어지게 쳐다만 볼 뿐 아무런 대꾸가 없다.
  "괜찮나요? 뭘 해 드릴 건 없나요?"


  미란다는 고개를 흔든다.
  "우리는 지금  시내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숲속으로 와  있어요. 여기선  당신이 고함을
지른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지요. 당신이
만일에 소리를 지른다면 다시 재갈을 물리겠
어요."
  미란다는 고개를 끄덕인다.  칼리반은 미란
다의 입에 걸려 있는 스카프 재갈을 풀어 준
다. 그러자  미란다는 얼굴을  옆으로 돌리더
니 웩웩 하고 토하기 시작한다.
  토하고 나서  미란다는 이따금 신음소리를
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칼리반은 다
시 미란다에게 재갈을 물린다.
  "싫어요, 싫어!"
  미란다가 소리치지만 소용이  없다. 칼리반
은 미란다가 실려  있는 자동차를 다시 몰고
가기 시작한다.
  화면이 바뀐다.
  지하실. 아늑한 느낌이 감돌고 있다.
  잠시 후,  칼리반이 미란다를  안고서 지하
실 안으로 들어선다. 침대  위에 미란다를 내
려놓는다. 내려놓을  때 몸이  흔들리며 스커
트 속으로  연노랑 팬티가  내보인다. 칼리반
은 미란다의 재갈과 가죽 끈을 풀어준다.
  해군 점퍼를  걸쳐 입은  미란다의 얼굴은
몹시  창백하지만, 웬일인지  두려워하는  것
같지는 않다.
  "여긴 당신 방이에요."
  미란다는 대꾸하지  않고 칼리반을 뚫어지
게 쳐다본다.
  "앞으로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 줘요. 그러
면 절대로  당신의 몸을  더럽히지 않겠어요.
소리치는 건 소용없는  일이에요. 바깥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기  때문이죠. 나는 이
만 가 보겠소. 이  방안에는 샌드위치와 비스
켓이 있으니까, 먹고 싶을  때는 커피나 홍차
를 끓여  마시도록 해요.  나는 내일  아침에
다시 오도록 하겠소."
  칼리반이 물러가면서 화면이 바뀐다.
  다시 미란다가 있는 지하실 방안.
  "잘 잤나요?"
  방안으로 들어선 칼리반이 묻는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죠? 그리고 당신은 대
관절 누구죠? 나를 왜 이리로 끌고 왔나요?"
  미란다는 찬바람이  감도는 목소리로 묻는
다.
  "그건 확인시켜 줄 수가 없소."
  "어서 풀어 주세요. 이건 정말 끔찍한 일이
에요. 당신은 자신이 한  짓을 깊이 반성해야
만 해요."
  "미안하지만 그럴 순 없소."
  "저리 비켜요. 난  이곳에서 나가도록 하겠
어요."


  미란다는 문이 있는  쪽을 향해 몸을 옮긴
다. 하지만  그 앞에는  칼리반이 큰  덩치로
가로막고 서 있다.
  "제발 비켜 줘요."
  미란다가 다시금 애타게 호소한다.
  "안돼요. 당신을 벌써부터  떠나게 할 수는
없소.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나는  또다시 당
신에게 폭력을 쓰지 않을 수가 없소."
  그러자 미란다는 칼리반을 아주 매서운 눈
초리로 쏘아보며 말한다.
  "당신은 도대체 나를 뭘로 생각하는 거죠?
만일에 나를  부잣집 딸로  생각하고 몸값을
요구할 작정이었다면 큰 오산이란 걸 깨닫게
될 거예요."
  "그런 건 아니니까  염려하지 마시오. 나는
당신이 누구란 걸 잘 알고 있으니까."
  칼리반이 그렇게  말하자 미란다가 언성을
높였다.
  "나 역시 당신이 누구인 줄 알고 있어요!"
  "예? 설마......"
  "시청 부속실에 근무하고 있죠?"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
군요."
  "콧수염을 기른  당신을 신문에서 본 일이
있어요."
  "나는 다만 명령에 복종하고 있을 분이오."
  "누구의 명령인가요?"
  "버클레이 은행의 지점장인 싱글턴이오."
  "싱글턴? 그게 정말인가요? 정말로 싱글턴
이 나를 납치하라고 명령했단 말인가요?"
  "그렇소. 그 자는 당신이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점잖은 사람이 못 됩니다."
  "하지만 나는 그분의 딸과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왜 나를......"
  "당신은 펜허스트  가에 살던 처녀 이야기
를 모르는 모양이군요."
  "누구 말인가요?"
  "3년 전에 모습을 감춘 처녀 말이죠."
  "나는 그 때  이 고장의 학교에 다니지 않
았을 거예요. 그런데 그  처녀가 뭐가 어쨌다
는 거죠?"
  "바로 싱글턴이 납치해 갔다는 거죠."
  "정말인가요?  그럼 그  뒤로 어찌  된 거
죠?"
  "나도 더  이상은 모릅니다. 다만  그 뒤로
그 처녀는 더  이상 세간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어요. 혹시 죽었는지도 모르죠."
  "예? ......다, 담배 가진 것 있나요?"
  미란다가 당황하며 묻는다.  칼리반은 주머
니에서 담뱃갑과 라이터를  꺼내어 건네준다.
미란다는 담뱃불을 붙이고는 연기를 한 모금
깊이 빨아들였다가 내뿜으며 말한다.
  "그렇다면 이런  얘긴가요? 싱글턴이 색을
너무 밝혀서 처녀들을 납치하는 취미를 즐기
는데, 당신은 바로 그의  하수인 노릇을 한단


말인가요?"
  "나는 꼼짝없이  그의 명령을 들어야만 하
는 신세가  된 거요.  은행에서 돈을  훔쳤기
때문이죠. 이게  발각되면 나는  꼼짝없이 철
창 신세를 져야만 하지요."
  "거액의 돈을 딴 건 아닌가요? 7만 파운드
나 되는 돈을 말이에요.  당신은 재미가 있어
서 싱글턴을  돕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겠군
요."
  "아니오. 그건 절대로 아니오."
  "그렇다면  싱글턴은 나를  어쩌겠다는 거
죠?"
  "나 역시 알 수가 없소."
  "싱글턴은 지금 어디에 있죠?"
  "이리로 오고 있는 중일 테니까 만나기 싫
어도 이제 곧 만나게 될 거요."
  "그렇다면 여긴  서포크에 있는 그의 별장
지하실인 모양이군요."
  "그렇소. 바로 그곳이오."
  "흥! 싱글턴에겐  서포크에 별장이 없어요.
이제 보니 당신은 거짓말을 했군요."
  또다시 화면이 바뀐다.
  역시 지하실. 칼리반이  들어오자 미란다가
말한다.
  "저는 도무지 당신을 믿을 수가 없어요. 싱
글턴은 절대로 이런  납치극을 벌일 분이 아
니거든요."
  칼리반은 자신을 똑바로 쏘아보고 있는 미
란다를 함부로 쳐다보지 못한다.
  "정말 애쓰셨군요. 이렇게  많은 옷과 미술
도구들을 사들였으니 말이에요.  그렇다면 이
제야 알  것 같아요. 당신은 나를  행복한 포
로로 삼으려는  거죠? 그러니까 당신은 아마
나를 인질로  삼아 돈을  뜯어내려는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그게 아니라면
섹스? 그렇죠,  섹스죠? 당신은 나의  육체를
정복하려는 게 틀림없어요."
  "그렇지는 않소. 내가  그렇게 파렴치한 인
간인 줄 아시오?"
  "그렇다면 당신은 머리가 돈 모양이군요."
  "사실은 당신에게  충격을 주지 않고 싶었
소. 이런 식으로 부드럽게 알리고 싶었소."
  "그게 무슨 말인가요? 무얼 부드럽게 알린
다는  말인가요?  강간을요? 아니면  살인을
요?"
  "아니, 그게  아니오. 나는 단지 당신을  나
의 손님으로 모시고 싶었을 뿐이오."
  "나를 당신의 손님으로?"
  미란다가 놀란다.
  "사, 사실은......"
  칼리반이 말을 더듬다가 말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소.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미쳐 버린 거
요."


  "알겠군요."
  "나는 여자에게  곧장 사랑한다는 말을 하
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란 걸 잘 알고
있소. 나는 꿈 속에서도  당신과 서로의 눈을
쳐다보다가 키스만  했을 뿐  말 한마디조차
나눈 일이  없었소. 군대에 있을 때  한 친구
가 나에게  이렇게 충고했었소.  여자에게 절
대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말이
오. 그러면 그 여자는  사랑한다는 고백을 한
남자를 무시하게  된다는 거였소.  그래서 나
는 당신과  만나기 전에  무수히 다짐했었소.
당신을 만나게  되더라도 절대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겠노라고. 축구  경기에 돈을 걸
어서 나에게는  거금이 생겼지만,  당신은 절
대로 나를 거들떠 보지 않을 것 같아서 매우
외로웠소. 그러나  이제 나는 매우 행복하오.
나는 지금 마치  에베레스트 산 꼭대기에 올
라와 있는 느낌이오."
  칼리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그렇다고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가요? 이런 식으로 나를 가두어 놓고 사
랑을 바란다는 건 분명히 무리예요."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오."
  "웃기는군요. 당신은 단지 유괴범일 뿐이에
요."
  "음!"
  칼리반이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벌떡 일어
난다.
  "잠깐만요!"
  미란다가 칼리반을 향해 외치며 가까이 다
가간다.
  "저는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어요. 그
러니 저를 내보내 주세요.  그러면 이번 일을
절대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어요."
  쌀쌀하던 미란다의 표정이 부드러워진다.
  "우리는 앞으로 친구로 지낼 수도 있을 거
예요. 제가  당신을 도와  드릴 수도 있어요.
제 말뜻을 아시겠죠?"
  그러나 칼리반은 미란다의 말을 듣지 않고
지하실에서 나가 버린다. 문이 잠긴다.
  화면이 또다시 바뀐다.
  역시 미란다가  있는 지하실  방. 칼리반이
다시 들어와  있고, 미란다가  호소하듯이 말
한다.
  "당신이  도대체 나의  어디에 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혹 모를 일이에요. 내가 다른
데서 당신을  만났더라면 당신에게 반했을지
도. 나는  친절하고 다정한  남자를 좋아하지
요.  하지만 이건  뭔가요? 이렇게  지하실에
감금된 상태로 당신을  사랑할 수는 없을 거
예요."
  "상관없소. 나는 단지  당신이 어떤 여자인
지 알고 싶을 뿐이니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납치


해 오는 법이 어딨어요?"
  "나는 당신의 인격을 알고 싶단 말이오. 나
는 당신과 같은 계급에 속하는 인물이 못 되
기 때문에 이런 방법이 필요했던 거요."
  "그건 잘못 알고 있는 거예요. 나는 절대로
속물이 아니에요.  아니, 오히려 속물 근성을
싫어하는 쪽이지요."
  "그럴 리가 없소."
  "런던에서 저와  가까운 친구들 중에 몇몇
은 노동자  출신이란 말예요.  부모들이 노동
을 한단 말예요."
  "흥! 피터 케이츠비가  노동자 계급 출신이
라고?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당신의 건방
진 남자 친구 말이오."
  "그는  촌뜨기일 뿐이에요.  겨우 중산층에
불과하다구요. 더구나 내가 그를  못 본 지도
여러 달이나 지났어요."
  "그 말을 어찌 믿을 수 있겠소?"
  "이 사건이 지금쯤 모든 신문에 났을 거예
요."
  "나는 신문을  보지 않으니까 상관없는 일
이오."
  "당신은 분명히  몇 년  동안 철창 신세를
지고 말 거에요."
  "그래도 상관없소. 일생  동안 철창 신세를
진다고 하더라도......"
  "고집부리지 마시고 내  말 좀 들어주세요.
나를 집으로 보내 준다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겠다는 걸 약속할 수  있어요. 그러면 당신
은 무죄예요."
  "집안 식구들이 얼마 동안 사라진 걸 궁금
히 여길 텐데......"
  "적당히 둘러대겠어요. 그리고 앞으로 당신
이 원하는  대로 언제든지  만나 드리겠어요.
제가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 말예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가 없소."
  "제발요. 만일 당신이 나를 보내 준다면 나
는 평생  당신을 사모할 수 있을  거예요. 왜
냐하면 당신만큼 훌륭한 기사도 정신을 가진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도 그렇게는 안 되오."
  "제발......"
  "그만 가보겠소."
  칼리반이 나가면서 또다시 화면이 바뀐다.
  저녁 시간.  칼리반은 통닭과  냉장 완두콩
에 화이트 소스를  뿌려 지하실 방으로 가지
고 들어온다.  미란다는 배가 몹시 고팠는지,
아니면 식욕이 생기는지 음식을 모두 먹어치
운다.
  "잠시 있다가 가도 되겠어요?"
  칼리반이 묻는다.
  "마음대로 하세요."
  미란다는 침대 위에  앉은 채로 말을 받는
다. 담요를 접어서 벽에  밀착시킨 다음 쿠션


처럼 등에 대고 있으며,  두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상태다.
  "당신이 사다 준 이 미술백과 속의 그림을
이해할 수 있겠어요?"
  미란다가 묻는다.
  "불행히도 그 방면엔 무식하기 짝이 없소."
  "하기야  당연한 일이겠죠.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이렇게 납치하여 감금하지는 않을 테
니까요."
  "웃기시는군."
  "이젠 당신에  대해서 좀 알고 싶어지는군
요."
  미란다는 미술백과를 덮고서 말한다.
  "여기서 나를 감시하는 것 외엔 도대체 무
슨 일을 하고 사는 거죠?"
  "나는 나비를 채집하는 곤충채집가요."
  "그것도 학자에 속하나요?"
  "그렇소."
  "그렇다면 이번엔  나비 대신에 나를 채집
했단 말인가요?"
  "살아 있는 처녀를  채집한다? 그것 참 재
미있는 표현이군요."
  "틀림없지요. 당신은 나를 곤충처럼 채집하
여 이 지하실에  가두어 놓고 마음대로 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반드시  그런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
지 않소."
  "나는 불교신자예요. 그래서 비록 곤충일지
라도 그들의 목숨을 빼앗는 사람을 경멸하지
요."
  "하지만 당신은 방금 내가 가져다 준 닭고
기를 먹지 않았소?"
  미란다의 안색이 바뀐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멸시하고 있지요.
내가 제대로 된 불교신자라면 당연히 채식주
의자가 되었어야 했겠죠."
  "그런데  당신이 나에게  나비를 채집하지
말라고 하면 그만 두겠소.  나는 당신이 부탁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해 주고 싶은 마
음이오."
  "그렇다면 집으로 돌려 보내 줄 수도 있잖
아요."
  "그것만 빼놓고 말이오."
  "사실 나는 내 비위나 맞추려는 사람은 좋
아하지 않아요.  차라리 자기가  옳다고 믿는
대로 밀고 나가는 독불장군이 좋단 말이죠."
  "음......"
  "알고 싶어요.  나는 얼마나 오래  이 소굴
속에 갇혀 있어야 하나요?"
  "나도 알 수가 없는 노릇이요. 당신의 태도
에 따라 달라질 테니까."
  "그게 무슨 말이지요?"
  "......"
  "제가 당신을  사랑해 주어야 한다는 뜻인


가요?"
  "......"
  "제가 당신을  사랑하게 된다면 죽을 때까
지 이곳에 갇혀 있어야 하겠죠?"
  "......"
  "나가세요. 나가서 잘 생각해 보세요.  어느
쪽이 미란다를  위하고, 또  미란다로부터 당
신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길인가를."
  <다음호에는 제11화  '마타하리는 허가 낸
도둑인가'가 이어집니다>
  칼리반의 미란다 납치극은 어떻게 끝이 날
것인가? 미란다는 과연 탈출에 성공할 수 있
을 것인가, 아니면 칼리반을  사랑하게 될 것
인가? 연극연출가  겸 연극배우인 한분출 씨
는 미란다를 만나러 가서 무슨 일을 벌일 것
인가? '나'는 이튿날  양귀비와 한몸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반금련을 만나러 간 김혜린 씨
는? 마돈나와 만난 조선지 씨는? 클레오파트
라, 황진이, 마릴린 먼로는? 그런데, 잠깐! 미
모의 스파이 마타하리가 나타났다!


  제목 : 김선영 신세대 패러디 소설- 러브타임머신 마지막 회
미스 누드 코리아 선발대회
  "미스 누드 아메리카 선발 대회요?"
  "그래. 여기서 뽑힌 미녀는 브룩 리보다 훨씬 인기군 그래."
  "브룩 리요?"
  "그래. 왜, 브룩 리를 모르는가?"
  "브룩 쉴즈나 브루스 리는 알지만, 브룩 리라고는…"
  "하기야 모를 만도  하지. 그 안에 틀어박혀 있다 보면  텔레비
전이나 신문 따위엔 흥미가 없어지게 마련이거든."
  "그 사람이 도대체 누굽니까? 성이 리인 걸로 봐서는 중국이나
한국계 혈통인 것 같은데…"
  "그렇네. 한국인 4세 혼혈 여성일세. 하와이에서 태어나 살다가
미스 아메리카가 되었지. 그  다음엔 미스 유니버스. 그런데 영광
스러운 미스 유니버스에 뽑힌  그녀보다도 미스 누드 아메리카 1
호가 더 인기인 거야."
  "하기야 그럴 만도  하겠네요. 한국에서는 세계 제일의  미녀로
뽑혔다는 브룩 리는 몰라도 이승희는 아니까요."
  운전사가 관심이  쏠리는지 자꾸만 흘낏흘낏 뒤를  돌아다본다.
하지만 뒷좌석에는 나만 있을 뿐, 이승희도 브룩 리도 없다.
  "여보게 천래성 군. 지금 우리 나라엔 꽤 많은  수영복 미녀 선
발 대회가 있지 않은가."
  "예, 그렇죠. 미스  코리아, 미스 유니버시티, 슈퍼엘리트  모델,
게다가 여름만 되면 해수욕장에서 소규모의 수영복 선발대회들이
무수히 열리고 있죠."
  "그런데 어떻던가? 점점 노출의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지 않던
가?"
  "예. 미스 코리아들의 수영복 심사는 이제 점잖은  정도가 되어
버렸죠."
  "그 심사도 말일세, 심사위원들은 참 기분이 좋을 걸세."
  "예?"
  "대회장에 나오기 전에 사실은 미리 심사를 받지  않는가. 거기
서 수영복만 입고 심사위원들 코앞에서  천천히 한 바퀴 돌며 반
라의 몸을 즐기게 해 주니 말이야."
  "그 기분 괜찮겠습니다."
  "그러니 미스 누드 선발대회는 어떻겠는가?"
  "심사위원이 되는 사람은 그 이상의 행복이 없겠군요."
  "그렇지. 자기 손녀딸만한  최고 미녀들의 전라를 코앞에서  한
꺼번에 눈요기할 수 있으니 말야."
  "앞으론 미스터 누드 아메리카 선발 대회도 열릴 모양이야."
  "미스터요? 그럼 물건들을 다 보여 준단 말입니까?"
  "그렇지."
  "징그럽겠군요."
  "그래, 그럴 만도 하지. 아무튼 자세한 이야기는 돌아가서 하겠
네."
  "그럼 언제쯤 오실 겁니까?"
  "내일모레가 될 걸세."
  "예, 알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전화가 끊긴다.
  이제 나는 몸이 무척 바빠진다. 택시 안에서 몸이 바빠져  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데도 그렇다.  아니, 몸이 아니라 마음이 바빠진
것이다. 오늘은 해가 저물고  있으니 내일, 내일 일찍부터 서둘러
야 한다.  양귀비의 시녀들을 관박식  시인에게 돌려주는  대신에
양귀비를 품어야 하며,  또 박가식 소설가와 김부돌 트럭  운전사


에게 각각 황진이와  마타하리를 만나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리
고 틈이 나면 클레오파트라를 만나러 가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아니,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나누십니까?"
  "글쎄요, 뭐. 누드 미녀 선발대회에 관한 건데…"
  "우리 나라에서 그런 대회가 열린단 말입니까?"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그럴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히야, 그거 재미가 삼삼하겠군."
  "히히히."
  가벼운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그런데 말이요…"
  "예?"
  "그…이승희 같은 여자는 나오면 떨어지겠죠?"
  "제가 심사위원이 아니라 모르겠는데요…"
  "보여줄 것 다  보여줬는데 시선을 끌 일이  뭐 따로 있겠습니
까. 시커먼 털들을 온통 다 드러내 놓았으니…"
  "이 사진첩에서는 나비가 온통 가리고 있는데요?"
  "인터넷을 통해서 봤죠. 색깔이 무척 검고 단정하더군요."
  "그렇군요."
  "이승희가 양귀비처럼만 생겼으면 괜찮을 텐데 말이오."
  양귀비?
  "양귀비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 때 문득 떠오르는  생각…한 가지 잊고 있던 것이 있다.  양
귀비의 시녀들을 놔두고 온 것이다. 둘이서 소파에 누워 잠이  든
상태였는데, 지금 깨어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일단 옹녀
를 달래 주고 다시 가서 확인해 볼 일이다.
  "양귀비를 본 적은 없소. 그러나…"
  "…"
  "나는 사실 양귀비보다는 마타하리를 더 좋아하오. 두  여자 다
풍만하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인데, 그 중에 마타하리는  엉덩이를
돌리는 춤을  잘 추거든요. 상상해  보세요, 손님. 마타하리가  내
거시기 위에 올라와  엉덩이를 돌리고 있다는 걸. 그거야말로  최
고의 기분이 아니겠소."
  "그렇겠군요."
  "그래서 나는 마타하리를 사기로 했소."
  "예?"
  "러브타임머신 여행사라고, 모르십니까?"
  "알고 있습니다만…"
  "다른 사람이 마타하리를 정복하기 전에 내가 먼저 정복하기로
했죠, 거금 1천만원을 들여서."
  "아, 그러셨군요. 그럼 혹시 김부돌 씨?"
  "맞소, 맞소. 그런데 그걸 어째 아십니까?"
  "제가 바로 그 여행사의 지배인입니다."
  "아하, 그러시군요. 그런데 지금 퇴근하시는 길입니까?"
  "예."
  "음…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실 수 있을지…"
  "무슨 부탁입니까?"
  "지금 마타하리를 만나러 갈 수는 없겠습니까?"
  "왜 갑자기?"
  "이승희니 양귀비니 얘기 좀  하다 보니까 이놈이 이렇게 커져
버렸소."
  "하지만 지금은 제 사정이…"
  "부탁이오. 제가 마침 가지고 있는 3백을 드릴 테니까 꼭…"
  3백이면 적은 돈은 아니다. 옹녀에게 아름다운 옷과 구두를  여
러 벌 선물해 줄 수 있는 것이다.
  "흠, 좋습니다. 돈부터 주십시오."


  김부돌 씨는 곧 운전석  주위 어딘가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더니
자기앞수표 3백만원을 꺼내어 내게 내밀어 준다.
  "그럼 아까 내가 탔던 장소로 되돌아갑시다."
  김부돌 씨는 신이 난 듯 속도를 올린다.
  "그런데 왜 아까는 트럭 운전사라고 하셨죠?"
  "그냥 내 멋대로 그렇게 부르고 싶어서였죠."
  잠시 후, 택시가 러브타임머신 여행사 앞에 멈추어 선다.
  김부돌 씨와 함께  여행사 안으로 들어서니, 양귀비의 두  시녀
는 아직 잠이 들어 있다.
  나는 곧 리모콘을 작동하여  벽에 화면을 만들어내고 마타하리
가 떠오르게 한다.
  먼저 고운 여자 목소리의 내레이션이 나온다.
  "마타하리는 네덜란드 식민지  부대에 근무하는 캠벨 맥레오드
대위와 결혼했다. 그녀가 동양의 신비에 대해서 배울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그때. 그녀는 남편을 따라 쟈바로 갔다. 그들의 거주지
는 커피 농장. 그런데 커피가 말썽이었다."
  내레이션이 멈춰지고 화면이 나온다.
  마타하리와 캠벨이 한바탕 섹스를 즐기고 있다. 어느덧  절정에
달했는지 캠벨이 묘한  신음을 지르며 진저리를 친다. 일을  완전
히 마치고 나서 마타하리가 말한다.
  "커피 한잔 드시겠어요?"
  "흠, 좋지 좋아."
  잠시 후, 마타하리는  크림 커피를 두 잔  가지고 온다. 그러자
캠벨이 소리친다.
  "누가 크림을 넣어 오랬어?"
  "예?"
  "나는 블랙이라구, 블랙. 블랙을 좋아한단 말야!"
  "참 별꼴이네. 그렇다고 커피를 타 온 사람의  정성을 무시하고
서 그렇게까지 화를 낼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내 입맛을 무시했으니까 하는 말이지."
  "오늘 처음 커피를  함께 마시는 건데, 내가 무슨 수로  당신의
커피 입맛을 알겠어요?"
  "그런가?"
  "그럼요. 우리가 결혼한 후로 하루에도 섹스는 여러  번 했지만
커피를 함께 마시기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젠장. 커피 마실 시간이 없을 정도로 섹스만 즐겼던 모양이군.
할 수 없군. 내 건 내가 타 먹겠어."
  화면이 바뀐다.
  마타하리와 캠벨의 섹스 시간이다. 캠벨의 가슴을 입으로  애무
하려던 마타하리는, 잠시  멈추어 미리 준비해 둔 크림을  캠벨의
가슴에 바른다. 그러자 눈을 감고 있던 캠벨이 깜짝 놀라  소리친
다.
  "이게 뭐야, 이게?"
  "왜 그래요? 크림을 핥으면서 애무해 주려는데…"
  "싫어, 난 싫어! 크림이 싫다니까!"
  그런데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술을 많이 마신 듯 눈이  게슴
츠레하게 풀어진 캠벨은, 다짜고짜 마타하리의 알몸을 두들겨  패
기 시작한다.
  다시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마타하리는 눈물을 뿌리며 낡은 손가
방 두 개를 들고 네덜란드로 돌아간다. 그녀에게는 짐이 두  가지
더 있었다. 그녀가 낳은 아이 둘과 상처투성이의 몸이었다.


  네덜란드로 돌아온 마타하리는 악몽의  출발인 커피를 아예 입
에도 대지 않았으며,  얼마 후에 이혼이 성립됨으로써 남편과  법
적으로 헤어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녀의  몸은 자유, 그러자
그녀는 인생을 좀더 활기차게 즐기기 위하여 댄서가 되기로 결심
했다.
  마타하리가 이동한 곳은  프랑스 파리. 그녀가 처음 공연을  가
진 것은 칸다 스와니  왕 앞에서였다. 죄악의 신인 시바 신을  기
리는 의식의 춤을 추자, 사람들은 모두 긴장했다."
  내레이션이 멈춰지고 화면이 전개된다.
  마타하리가 커다란 갈색 눈을  돌리면서 아름다운 팔을 휘젓는
다. 마타하리가 몸에 걸친  베일은 모두 몇 개인지 셀 수가  없을
정도다. 그녀가 요염하게  몸을 흔들면서 벗어 던진 베일은  적어
도 1백 개  가까이 될 것 같다. 그녀는  춤을 추면서 이 손님 저
손님에게 샴페인을  대접해 준다. 그러면서  마지막 베일을  벗어
던지니, 그녀를 바라보는 손님들은  다들 정신이 나가 있다. 그녀
의 하얀 알몸에 검은 것이라곤  단지 그녀의 음부에 잔디처럼 돋
아나 있는 음모뿐 아닌가.
  다시 내레이션.
  "마타하리의 이국풍 춤은  곧 파리의 유행이 되었다. 돈 좀  있
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모두 다 비싼 관람료를 치르고 마타하리의
나체춤을 보러 갔으며,  심지어 아내와 자식들을 먹여 살리지  못
해 신음하는 사람들도 강도짓을 해서까지 그것을 보러 갔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중얼거렸다.
  -저 여자가 내 마누라라면 얼마나  좋을까? 몸이 근질근질거릴
지경이야."
  하얀 엉덩이가 드러난 마타하리의  춤이 잠시 전개되었다가 다
시 내레이션.
  "1차 대전 당시의 독일,  그리고 카이저. 그는 언제나 무엇이든
찾고 있었다.
  -내 쌍안경을 어디에 놨지?
  자기가 놔두고서 부관에게 물었던 것이다. 부관이 알면  다행인
데, 모르면 용서없었다.
  -이 멍청아!
하는 고함과 함께 부관의 가슴에 달려 있던 철십자 훈장 두 개가
떨어져 나갔다.
  그런 식의 질문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금 몇 시지?
  이건 대답이  빨리 나와야 하는  메뉴였다. 조금  머뭇거리다가
대답하면 역시 마찬가지.
  -이 멍청아!
하는 고함과 함께 부관의 가슴에 달려 있던 철십자 훈장 두 개가
떨어져 나갔다.
  그런 수모를 겪기는 비단 부관뿐만이 아니었다. 어떤  장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카이저는 신속한 정보를 사랑했던 것이다.
  한편, 정부 고위층  인사인 폰 야고브는 마타하리의 숨어  있는
장점을 읽어냈다. 스파이  기질이 다분하다는 것이었다. 첫째,  그
녀는 도청하기에 알맞은 긴 귀를 가지고 있다. 둘째, 남의 주머니
를 뒤지기에 적절한 긴 손가락을 가지고 있다. 셋째, 판단력이 뛰
어난 높은 광대뼈를 가지고 있다.  넷째, 그녀는 춤을 잘 추기 때
문에 첩보원의 필수  조건인 날렵한 발걸음을 가지고 있다.  다섯
째, 그녀는 독일의  적국(敵國)인 영국의 요인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내레이션이 멈춰지고 화면이 전개된다.
  폰 야고브가 다른 독일군 고위 장성들과 함께 마타하리의 집을
방문하여 묻는다.
  "어떻소? 스파이에게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많은 고
통들이 필수적으로  따르는 법인데, 그대는  스파이가 될  용의가
있소?"
  그러자 마타하리는 코웃음을 치더니, 갑자기 폰 야고브의  손바
닥에 자신이 피우던 담배를 비벼댄다.
  "흠. 고통 따위는 우습게 본다는 뜻이로군. 그렇다면 이번엔 신
체검사에 좀 응해 줘야겠소."
  "그거야 뭐 어렵지 않죠. 무대도 아닌 곳에서  한꺼번에 내보이
기는 좀 쑥스러우니까, 한 분씩 따라 들어와요."
  폰 야고브부터 마타하리의 뒤를 따라 그녀의 침실로  들어간다.
곧 그녀의 신음과 그의 신음이 뒤섞여 흘러나온다.
  세 독일군 고위 장성들이 다들 흐물흐물해진 가운데 폰 야고브
가 말한다.
  "이제 이 따위 시시껄렁한 집은 필요없어. 우리가  대저택을 사
주겠어. 암, 사 주고 말고."
  화면이 멈추고 다시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마타하리는 왕립  스파이 학교에서 철저한  연구 과정을 거쳤
다. 그녀의 전공은  위해(危害) 활동. 그녀는 교관들이 감탄할 정
도로 훌륭한 졸업 논문을  썼으며, 또한 '카페테리아에서의 역 스
파이 활동'이란 긴 제목의 졸업 연설까지 마쳤다.
  그녀는 스파이 학사  학위를 받고서 곧 파리로 돌아왔다.  그녀
에게는 스파이 장사에 필요한 몇 가지 소지품이 있었다. 뒤를  밟
는 경찰을 처치하는 동시에 지문을 남기지 않는 키드 가죽  장갑,
사람을 질식시킬 수 있는 향수병, 재떨이와 경보기 겸용의  6인치
길이 담배곽, 스파이용 쌍안경,  눈에 보이지 않는 색깔의 잉크가
담긴 잉크병, 아주 작은 크기의 검정 실크 드레스를 넣는  옷걸이
장, 그리고  사람을 벼랑 아래로 집어던질  수 있는 요령이  담겨
있는 유도 교본.
  파리로 돌아온 마타하리는 호화판  별장을 구입하여 아예 거기
다 영업 장소를 차려  버렸다. 그 영업 장소는 매우 철저하게  설
계된 것이었다.  모자만 떨어뜨려도 비밀  통로의 문이  열리는가
하면, 벽에 있는 거울은 손으로 밀면 창문이 되었다. 심지어 위조
지폐를 찍을 수 있는 인쇄 시설이 지하실에 갖춰져 있었으며,  프
랑스 내각으로  통하는 정보 루트까지  확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언제나 가짜 여권과  연합군 진격 예정표가 입수되어
있었다.
  마타하리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스파이  역할을 해냈다.  고급
카페에 들러 긴  파이프에 꽂은 담배를 피우며  와인을 곁들이고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녀에게는 언제나 핸드백이 있었고, 그 핸드백 속에는  초단파
송신기가 들어 있었다. 그녀가 프랑스 요리를 이것저것 주문하면,
그것이 암호가 되어 송신기를  통해서 카이저에게로 전해지는 것
이었다.
  또는 정부 관리나 군 장교가  그녀를 쳐다볼 때마다 그녀는 슬
그머니 냅킨을 떨어뜨리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신사임을  내세
우고 싶어하는 남자들은  으레 냅킨을 주워 내밀게 되어  있으며,
더불어 술값을 대신 내주게 되는 것이었다.
  한 번은 네덜란드 스파이와 그런 식으로 만나게 되었다. 두  사
람은 네덜란드식 더치페이로 음식값을 지불했으며, 그날 밤에  마
타하리의 집으로 가 은밀한 분위기를 즐겼다.


  마타하리는 신비스런 동양  춤을 추고 나서, 유일한 객실  관객
인 네덜란드 스파이에게 물었다.
  -뭐, 새로운 거라도 있나요?"
  그 미끼에 네덜란드 스파이는 넘어갔다.
  -무얼 알고 있나요?"
  그 미끼에도 역시 네덜란드 스파이는 넘어갔다.
  마타하리는 그런 여자였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잠자코  듣
는 데는 탁월한 재능이 있었으며, ㄸ로는 어둠 속에서 공작을  벌
일 때에도 프래시를 필요로 하지  않고 정밀한 두뇌 감각을 발휘
해냈다. 심지 어 상대가 사복을 입고 있어도 그가 음식을  주문하
는 태도로 미루어  장군임을 알아냈으며, 또한 각반에 달린  세탁
소 꼬리표를 보고도 그가 외교관임을 알아냈다.
  사람들은 모두들 그녀의 스파이 밥이  되어 주는 데 인색치 않
았다. 심지어  호텔 문지기까지도. 하지만 그것은  호텔 문지기를
영국 해군 제독으로 착각한 마타하리의 실수였다. 그렇다고  마타
하리가 아무 소득도 얻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 호텔에서  화장
실 일제 청소를 할 것이라는 비밀 계획을 알아냈던 것이다.
  마타하리는 더욱 제멋대로 살기  위하여 프랑스 쪽의 스파이로
도 등록했다. 일요일만 빼고 6일간을 반으로 나누어 각각  독일과
프랑스를 위하여 일했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프랑스 병력은 자꾸만  무력해져 갔다.  또한
군의 일반 참모 수뇌급들은  걸핏하면 마타하리의 집에서 쫓겨나
기 일쑤였다.
  프랑스는 마타하리를 점점 더 의심하게 되었다. 특히  마타하리
의 초대를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는 프랑스 장교들은 어느 날
마타하리의 집을 급습했다.  마타하리가 춤을 추러 나가 있을  때
였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런 증거도 포착하지  못했다. 비밀  통로도
발견하지 못했고, 무기 하나 찾아내지 못했다.
  마타하리의 종말이 온 것은 햇빛 때문이었다.
  어느 날,  프랑스는 마타하리가 독일  장군에게 보내는  편지를
가로챌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기껏
해야 프랑스 포병의  배치와 영국군 탱크 계획에  관한 것이었는
데, 그 정도는 사실상 대단한 비밀이 아니었다. 모두가 잘못된 정
보였으니까.
  그러나 프랑스의 암호병은 내리쬐는 햇빛의 도움을 얻을 수 있
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햇빛에 편지를 쪼이자 거기에는 1급  비밀
이 들어가 있었다.
  마타하리는 곧바로  체포되어 군법회의에 회부되었다. 재판  결
과는 용서가 없었다. 총살형!
  마타하리는 총살을 당하기 전까지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그런
데 감옥에서도 역시 마타하리는 보통 사람과 달랐다.
  내레이션이 멈춰지고 화면.
  "내가 요구하는 것들을 모두 차입해 주세요."
  마타하리는 눈빛으로 애교를 떨면서 말한다.
  "우선 부드러운 음악이  있어야 해요. 그러자면 전축과  레코드
판들이 필요하겠죠.  그런데 부드러운 음악을  아무 데서나  들을
수 있나요? 부드러운 쿠션이 필요해요. 또 있어요. 여자는 언제나
아름다움이 생명인 거예요. 부드러운 빗이 있어야 부드러운  머리
결을 가꿀  수 있을 테고, 또  부드러운 비누가 있어야  부드러운
몸을 가꿀 수 있을 테죠."
  교도소장은 그녀의  몸에서 향기가 흘러나오기라도  하듯 코를
흠흠거렸다.
  "뭐, 더 없소?"


  "마지막 한 가지. 매일 아침 우유로 목욕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러자면 매일 아침마다 우유 배달부를 보내셔야 할 테고, 또  물
통을 들여보내 줘야 하겠죠."
  "흠? 알았소. 상부에 보고해서 곧 그렇게 되도록 조치하리다."
  화면이 바뀐다.
  이튿날, 약속대로 전축과 레코드판, 그리고 부드러운 쿠션이 들
어오고, 부드러운 빗과 부드러운 비누도 마타하리의 독방  안으로
들어온다. 중요한 것은 역시 나무로 짠 커다란 물통. 우유 배달부
가 들어와  우유를 붓자, 마타하리는 더  이상 없을 매우  요염한
웃음을 날린다.
  "다, 당신이 바로 마타하리로군요!"
  우유 배달부가 감탄한다.
  "왜요, 함께 목욕할래요?"
  "아, 아뇨. 그러고 싶지만, 만일 그랬다가는 내  목숨이 붙어 있
지 못할 겁니다."
  "호호홋, 안됐군요."
  "하지만 제가 가져다 준  우유로 목욕을 하신다니, 무, 무척 영
광입니다."
  "호호호홋. 귀여운 자슥!"
  우유 배달부는 넘어질 듯 넘어질 듯하며 뒤로 물러난다.
  "내일 또 배달해 줘요, 귀여운 새깽이!"
  우유 배달부가 사라지고 나자, 웬일인지 경비병까지도 나가  버
린다. 그녀가 마음놓고  목욕을 할 수 있도록 교도소장이  특별히
배려해 준 모양이다.
  그녀는 옷을 벗는다. 아무리 죄수라지만 입을 건 다 입었다. 마
지막으로 팬티를 벗어 던지고 나서  물통에 가득 담긴 우유 속으
로 들어간다. 풍만한 엉덩이가  먼저 잠기고, 이어서 풍만한 가슴
이 잠긴다.  우유에 잠겨 있는 미녀의  모습을 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그렇다, 처음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  참 이상한 일이다. 아무리 살펴
보아도 마타하리가 예쁜 줄 나는 모르겠다. 너무 많은 역사  속의
미녀를 알몸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에  나의 눈이 한정없이 높아진
건지도 모른다.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사정이지. 아마도 마타하리
는 역대의 세계 미녀 가운데서 썩 앞선 쪽에 서지는 못할지도 모
른다.
  내 생각이야  어찌됐건, 마타하리는 자신의  몸을 매우  소중히
여기는 듯 골고루  조심스레 닦아나간다. 여체에 흐르는 우유  줄
기. 그것은 마치 그녀의 몸에서 새어나온 듯 느껴진다.
  다시 내레이션.
  "사형 집행일 아침,  그녀는 등심 고기를 아침식사로  배급받았
다. 말하자면 특식인 셈이었다.  그녀는 등심 고기를 맛있게 잘근
잘근 씹어 먹었으며, 가느다란 빵과 커피로 늘상 허기를 채워  오
던 경비병은 그 모습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았다.
  마타하리는 사형  집행관으로부터 마지막 춤을  추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서 무척 기뻐했다. 그녀의 춤은 사형  집행관으로부터
'그만!'이라는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녀는 이윽고 나무  기둥에 묶여졌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
이라곤 죽음밖에 없었다. 그녀가 아무리 재주가 있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스파이 짓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단 한  가
지 소원은 있었다.  그녀를 사살하려는 30명의 소총 사수들이  설
마 자기 같은 미녀를 쏘아 죽이겠느냐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것을  바라면서 그녀는 우유에 목욕을 하고  마지
막까지 춤을 추어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사형 집행관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그 사형 집행관은 마타하리를  발가벗겨 죽이려고도 하지 않았
으며, 심지어 마타하리의  애원하는 듯한 눈빛을 바라볼 수  없도
록 하기 위하여 소총 사격수들에게 모조리 눈가리개를 씌워 버렸
다. 그래서 마타하리는 30발의 탄환을 맞고 사살되었다.
  내레이션이 끝나자, 김부돌 씨가 말한다.
  "아까 본 상황이 가장 좋을 것 같소. 술에  취한 남편놈이 그녀
를 때리는 순간 말이오. 미친  놈. 마누라가 남편 몸에 크림을 발
라 주고 핥으려는 것을 거부하다니."
  나는 김부돌 씨의 희망대로  그를 러브타임머신에 태워서 마타
하리 시절의 저쪽 나라로 보내 준다.
  잠시 후, 쟈바의 커피 농장에 도착한 김부돌 씨는, 창문 틈으로
상황을 엿보더니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성난 트럭처럼(불도저
같으면 더 좋겠는데, 아쉽게도 그렇지는 못하다)  거실 안으로 달
려들어간다. 술에 취할 대로 취해 있는 캠벨은 김부돌 씨를  발견
하고도 놀란 표정을 짓지 않는다. 얼마나 취한 상태면 저럴까?
  김부돌 씨는 다짜고짜 캠벨의 얼굴을  향하여 주먹을 한 방 날
린다. 술에 많이 취해  있는지라 한 방에 그대로 나가떨어지더니,
더 이상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한다. 곧장 잠들어 버린 것이다.
  "마타하리!"
  김부돌 씨는 마타하리의 이름을 부르며 꼬옥 껴안는다.  마타하
리는 영문도 모르는 채 자신을 도와 준 김부돌 씨에게 알몸을 무
료로 내맡긴다.
  "당신은 크림을 좋아해요?"
  김부돌 씨는 고개를  끄덕끄덕, 곧 마타하리는 아까 자신의  남
편에게 처바르려던 크림을 김부돌 씨의 얼굴에 처바른다.  그러곤
숨돌릴 틈도 없이  입술과 혀로 핥아나간다. 그러면서 급히  김부
돌 씨의 상의를  벗겨내곤, 드러난 앞가슴에다 역시 크림을  바른
다. 김부돌 씨의  앞가슴엔 서양 남자들처럼 털이  많이 나 있다.
그 털에 엉켜진 크림도 너무나 복에 겨운 듯 미친 듯이 핥아먹는
다. 김부돌 씨의 옷은  아래쪽까지 벗겨지고, 크림은 마침내 그의
성징에까지 발라져 그녀의 입으로 들어간다. 항문도 예외일  수는
없다. 마타하리의 표정으로 보아선 그곳이 가장 좋은 모양이다.
  그 때, 나는  흠칫 놀란다. 어느덧 깨어난  양귀비의 두 시녀가
양쪽에서 나의 귓볼을  혀로 애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액이
많이 고갈된  상태이겠지만, 나는 그녀들의 행동이  싫지가 않다.
나는 마타하리처럼  그녀들이 크림을 사용해  주길 바란다.  나는
그녀들의 입을 잠시  멈추게 하고, 냉장고로 가 아이스크림을  가
져온다. 곧 그녀들은 눈치를 채고는,  생전 먹어 본 적이 없을 아
이스크림을 내 몸 구석구석에 발라 핥아먹는다. 성징은  물론이고
항문까지.
  그 때 전화벨이 다급하게 울린다. 옹녀다!
  "여보, 여보…"
  거기까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내가 다급하게 외치지만 더 이상 응답이 없다.
  무슨 일인가?  나는 몹시 놀라서  두 여자를 뿌리친다. 그러곤
곧장 옷을 주워 입고 밖으로 달려나간다. 무슨 일인가?
  <에필로그>
  옹녀는 죽었다. 내가  온 줄 알고 문을  열어 주었더니, 상대는
강도였다. 옹녀는 그  강도에게 몸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  대항
하다가 칼에 찔려 죽었다.


  나는 며칠 뒤에 한 사내로부터 전화 제보를 받았다. 누가  죽였
는지 안다는 것이었다.  그 자는 호텔방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외도를 하는 남녀에게서  금품을 탈취하는 또다른 강도였는
데, 공교롭게도 그의  몰래카메라에 예의 살인 강도가 옹녀를  죽
이는 장면이 잡혔던 것이다. 나는 그 비디오 테이프와, 옹녀와 나
와의 정사 장면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각각 1천만원씩 주고 구
입하여 범인 찾기에 나선다.
  범인은 놀랍게도  김상속이다. 바로 향단이를 겁탈하고  춘향이
를 데려온 재벌 3세  야타족! 놈은 무엇이 아쉬워서 옹녀까지 넘
보았단 말인가? 나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그를 찾아내어 사정없
이 죽여 버린다.  아주 예리한 칼로 종이를 도려내듯이  갈기갈기
찢어 죽여 버린다.  그러고 나서 나는 미쳐버린 백두산  호랑이처
럼 커엉커엉 울부짖는다.
  주민의 신고에 의하여 경찰에 붙잡혀 나는 감옥으로  들어간다.
재판을 기다리며 나는 중요한 사실을 한 가지 알게 된다.  투서에
의해 밝혀졌는데, 그 김상속이란 인간은 옹녀뿐만 아니라  심청이
까지 겁탈하려다 살인을  저질렀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더욱  이
해할 수 없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미스 누드 코리아 선발대회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거기에는  참
많은 해외  교포 미녀들이 참가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땅에서는
다시 죽어버린 심청이와 옹녀까지  해외 교포 미녀로서 참가했던
것이다. 뿐인가. 춘향이는 미국에서  온 춘향이와 일본에서 온 춘
향이까지 합쳐 모두 세 명이나 되었다. 환경에 따라 조금씩  변모
하기는 했지만,  그 얼굴들을 구분하기는  어렵다는 여론이  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는 어느덧  미녀 복제 열풍이 일기
시작했다. 러브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열심히들 옛날의 그  미녀를
데려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제어하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사회 각계에서 일기 시작했다.
  나의 이 긴 듯한  이야기는 사실, 며칠밤 동안에 걸쳐 꾼  연속
극과도 같은 꿈에 지나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꿈은 여전히 자유
로운 것이다. 아무리 무서운  귀신에게 안겨 있는 꿈이라도, 어느
순간 갑자기 정신이  들면 벗어나올 수 있으며, 아무리  최고조의
정사(情事)를 벌인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져 버려
마음만 허전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나에게 묻고 싶다.
나는 꿈을 좋아하는가?



댓글 없음:

댓글 쓰기